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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어장에서 조기가 한창 많이 나던 곳으로‘파시’ 가 들어설 만큼 흥청거렸으며, 이때 마을 포구마다 돈이 들어온다 해 서 붙여진 말이라 하니 옛날의 위도가 누렸을 한때의 영화 가 어떠했으리라 새삼 격세지감이 든다. 이곳 논금에 바로 드라마‘이순신’ 의 촬영 셋트장이 들어서 있었다. 거창한 시 설은 아니었지만 임진난 당시 삼도수군통제사 이순신 제독 이 난중일기를 쓰던 곳으로 꾸며진 한옥초가는 평상시 여행 객의 민박을 받는 곳으로 안내문이 붙어 있다. 방안에 들어 미닫이문을 여니 그림같은 앞바다 풍경이 펼쳐진다. 옛 창 고로 씌여진 듯한 초가건물이 한 채 더 들어서 있는 해안 앞 은 망루까지 세워져 있다. 이순신 촬영지에 앞서 이곳에서 영화‘해안선’ 도 촬영되었다 한다. 다시 해안절벽을 따라 난 도로 한편 널찍한 공간에는 바다를 내려보며 이용할 수 있 는 조그만 체육시설까지 잘 갖춰져 있다. 끝없이 넓은 바다 를 배경으로 평행봉이며 철봉에 윗몸 일으키기와 같은 시설 들을 즐기자니 송구스럽기까지 하다. 문득 필자의 눈을 끄 는 것이 있었다. 도로 한쪽편에 두 세뼘 높이나 될까.... 다 소곳이 솟아오른 한 무더기의 흰 꽃들....바로 상사화(相思花) 였다. 위도를 오기 전 미리 들어 둔 탓에 한눈에 보아도 흰 잎이 갈래갈래 벌어진 채 꽃술을 옹 크리고 있는, 귀티나는 자태는 금새 이 꽃이 이곳 위도에서만 난다는 흰 상사화임을 알 수 있 었다. 상사화란 꽃이 피고 떨어 진 뒤에야 비로소 잎이 난다 해 서 꽃과 잎이 서로 영원히 만날 수 없음을 애틋한 사랑의 상 징으로 여긴 꽃으로 유명하다. 희귀한 꽃만큼이나 야릇한 감정을 되새기며 다시 여 행객의 발길을 잡은 곳은 치도리 마을이다. 얼핏보아 100여호가 될려나.... 해안을 따라 닦여 진 짚 앞길은 한창 가을걷이 고추며 들깨를 말리려 펴놓은 멍석으로 즐비한데, 마을 앞에 덩그마니 조그만 섬 두 개가 떠 있는 모습이 보기에도 참으로 앙징맞다. 이름이‘큰딴치 도’와‘작은 딴치도’로 불리워지는 이 두 섬은 물이 빠지 면 걸어서 드나들 수 있다. 모처럼 관광객들에게는 볼거리 와 함께 조개며, 게며, 낙지를 잡아 올릴 수 있는 보너스가 주어지는 곳이기도 하다. 어차피 하룻밤을 묵어갈 셈으로 마땅한 집을 찾는데, 한집 건너 민박 간판을 붙여놓은 것으 로 미루어 지난 여 름 피서철에는 꽤 나 떠들썩했을 듯 한데 대문을 들어 서고 아무리 기웃 거려도 인기척이 없다. 하릴없이 기 다리고 있자니 일 나간 촌부는 해가 떨어질 즈음이 돼 서야 마냥 구부린 허리를 지팡이에 의지한 채 철지난 여행객을 맞는다. 급할 것도 서두를 것도 없는 이곳의 시간들이 복잡한 일상의 도시에서 벗어나 조용 한 휴식을 찾는 이에겐 더할 나위없이 안성마춤이다. 마침 들물인 때라 집앞 도로벽까지 맑은 물이 찰랑이는데, 물에는 수십 마리의 작은 물고기떼들이 노닐고 있다. 장난삼아 던진 낚시대에는 금새 후둑이는 입질이 제법 거세다. 들어 올려 만난 놈은 손바닥만한 망둥어다. 배고픔도 잊은 채 풍광과 여흥에 휩쓸리다 보니 어느 새 어두컴컴해지고 마을은 동화 책에나 나올 법한 평화로운 모습으로 집집마다 불이 켜진다. 자리에 누운 채 금방이라도 쏟아질 듯 끝없이 펼쳐진 맑은 밤하늘 별들의 장관을 보는데, 오히려 그만큼이나 많은 상념 에 빠져드는 것은 벌써 장년의 나이를 훌쩍 넘고 있는 필자 의 어쩔 수 없는 조바심일까? 이튿날 아침 찾은‘위도 관아 ‘ 는 섬 중앙의 진리 라는 마 을에 있었다. 원래의 지명은 가리포(加里浦)였으나 옛날 이 곳에 수군의 ’ 진(鎭)이 들어서 있어‘진말’ , ‘진마을’로 불 리워진 것이 유래라 하니 위도 내에서는 가장 중심지이기도 하다. 지방유형문화재 제101호로 지정된 이 관아 건물은 조 선 숙종 9년에 위도의 이곳 가리포에 수군진영을 두고 인근 한 고군산, 우포, 다경포, 법성포, 검모포, 군산포, 지도의 8 포를 위도에 속하게 하였으며 전라우수영의 관할구역이 너 무 방대하자 두 개로 나누어 그 하나의 진관을 위도의 가리 포에 새로 두고 옛날의 도만호(都萬戶)처럼 첨사와 만호진 을 관할케 하였던 곳으로 관련한 역사서『여지도서(與地圖 書)』 에는‘蝟島鎭僉使, 軍官十三, 鎭吏十五, 知引八, 使令 十, 右水營屬’ , 즉 위도진첨사에 군관을 13명, 진리를 15명, 위도의 길가에 피어난 흰 상사화 위도의 별미‘바지락 죽 ‘ 담백하면서도 바다향이 진하게 배어 있다 해군/2005. 1~2 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