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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주 원료로 향신료를 만들었다는 것은 대지에 뿌리박고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인도인들의 삶의 방식을 이해하 는 중요한 단서이다. 인도의 민요 가운데는 다른 먼 지방을 여행하고 자기 고향으로 돌아오는 한 방랑객이 마을 어귀에 서 풍겨 오는 자기 마을의 마살라 향을 맡고 비로소 귀향의 기쁨을 실감했다는 내용이 있는가 하면, 인도인들의 신화 가운데도 향신료에 관한 이야기가 적지 않다. 성 잘 내고 저주 잘하기로 악명이 높은 두르와사스에 의 해 신들에게도 늙음과 죽음이 찾아들게 된다. 공포에 휩싸 인 신들은 온갖 약초와 나무열매를 바다에 저장해 그 즙을 짜서 불로불사의 술인 아므르따를 빚어 이를 마셨다는 신화 와, 시바신이 자신의 명령에 반기를 든 아슈느 신에게 독한 향신료 가루를 뿌려 눈을 멀게 했다는 우화들을 살펴보면 향신료가 얼마만큼 인도인들의 생활과 정서 속에 면면히 영 향을 미쳐 왔는지를 엿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된장과 고추 장과 마찬가지로 인도에서도 향신료를 전문적으로 만드는 전문점들이 대도시를 중심으로 늘어가고 있다. 각 전문점들 은 제 각기의 향신료를 배합하고 재료를 달리하여 신종의 향신료들을 선보인다. 인도인들에게 눈으로 향신료를 구분 하라 하면 실상 그들도 잘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 나 그 향신료가 들어간 음식을 맛보면 놀랍게도 많은 이들 이 음식에 들어간 향신료를 반 이상 맞춘다고 한다. 한 가지 마살라에 적게는 10가지에서 20가지까지 들어가는 향신료 의 반을 맞춘다는 것은 그 만큼 각 향신료의 맛을 세밀하게 구분해 내는 인도인들의 세련된 미각 때문일 것이다. 인도를 여행하면서 늘 타고 다니게 되는 게 주로 오토릭 샤다. 오토바이를 개조해서 만든 이 오토릭샤의 운전수들의 운전기술은 혀를 내두르게 만든다.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 되는 좁은 공간을 헤집고 들어가 몇 센티의 간격으로 사람 과 차들 사이를 스침조차 없이 지나다닌다. 이 같은 기술은 아마도 향신료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인 간의 뇌신경세포를 자극하는 수많은 향신료들이 결국은 순 발력과 순간 판단력으로 나타나는 게 아닐까 하는 추측이 다. 자극적인 음식을 좋아하는 한국인들도 인도인 못지않은 순발력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에 비추어 보아도 전혀 근거없 는 판단은 아닐 것이다. 인도여행을 하면서 어디서는 맞딱드리게 되는 독특한 향 신료 때문에 여행의 즐거움이 커지고, 집으로 돌아와서도 혀끝에 맴도는 아스라한 그 풍미는 인도에 대한 추억을 오 래도록 못 잊게 할 것이다. 5⃞ 6⃞ 7⃞ 5⃞ 인도의 음식은 단순해 보여도 그 소스에는 여러 가지의 향신료가 배어 있어, 씹을수록 향과 진미가 우러난다. 6⃞ 인도인들은 땅에서 나는 것들로만 향신료를 쓴다. 대지에 뿌리박고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인도인들에게 향신료는 질박한 삶의 상징이다. 7⃞ 뭄바이의 제빵공장. 사람 사는 맛이 물씬 풍긴다. 해군/2005. 1~2 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