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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의 웅 대한 산악지대와 중앙 데칸고원의 비옥한 대지, 서쪽 의 사막지대, 동부 의 울창한 삼림지 대 등 다양한 지형 과 기후를 지닌 인 도에는 각 지역의 특징만큼이나 다양 한 향신료가 존재 한다. 인도의 향신료 변천사는 바로 인도의 역사이다. 수세 기 동안 포르투갈과 영국, 아랍 및 중국과의 교류는 인도의 전통 향신료를 비롯해 인도인들의 식생활 전반에도 많은 영 향을 미쳤다. 예를 들어, 인도에서 전 세계로 퍼져 나간 칠 리(매운 고추의 일종)는 원래 포르투칼인들이 들여 온 것을 인도인들이 자신의 기후와 풍토에 맞게 소스로 변형시킨 것 이며, 북인도 지방을 위시한 대부분의 식당들이 전채요리 (starter)로 시작해 수프, 주 요리, 후식 등으로 이어지는 메뉴는 영국식을 따른 것이다. 한편, 아랍권의 영향으로는 양고기를 잘게 썰어 각종 양 념에 절여 구워 나오는 케밥(Kabob)과 정제된 버터를 발라 반원형의 후라이팬에 눌러 구워 내는 파라타(Paratha)를 들 수 있다. 그리고 대형식당 거의 대부분이 중국요리를 메 뉴로 올리고 있을 정도로 중국음식도 오래 전부터 인도인들 의 식생활에 깊이 뿌리 내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몇 가지 교류와 영향에도 불구하고 인 도의 향신료는 각 지역의 풍미와 특성을 유지한 채 지금껏 그대로 보전돼 오고 있다. 인도 음식하면 먼저 떠오르는 것이 카레이다. 카레 열매 에서 추출된 이 독특한 향신료는 인도 음식의 기본이 되긴 하지만 모든 인도지역에서 통용되는 것은 아니다. 인도의 카레는 우리가 생각하는 카레와 사뭇 다르다. 우리는 양파, 감자, 홍당무 등을 고기와 같이 볶은 후 카레를 물에 풀 어 내오지만, 인도 카레는 일반적으로 닭이나 양고기 혹 은 야채 중 한 가지 의 기본 재료를 쓴 다. 예를 들어, 치 킨 카레를 시키면 야채 없이 닭고기 몇 조각과 카레소스만 나올 뿐이다. 대신 이 카레 소스에는 카레와 양파, 토마토 갈은 것, 요구르트 등의 재료와 적게는 3가지에서 많게는 12가지의 각종 향신료가 들어간다. 이것을 반찬으로 해서 밥이나 로티(차파티나 난과 같은 빵 종류)를 먹는 것이다. 인도인들은 이 같이 주식의 기본 반찬으로 먹는 요리를 카레라고 부르기도 한다. 여러 가지 재료가 혼합되어 있는 카레와 같이 음식맛의 풍미를 결정하 는 향신료를 통틀어 마살라(Masala)라고 한다. 우리 음식 맛의 기본이 된장이나 간장인 것처럼 인도인들은 거의 모든 음식의 맛을 마살라로 조율한다. 우리나라는 간장, 된장, 고 추장 정도가 이에 해당되지만 인도는 바로 이 마살라의 종 류가 80여 종을 넘는다. 마살라는 주로 식물의 열매, 씨앗, 잎, 뿌리 등을 혼합하여 만들어지는데, 각 지방마다 재배되 는 식물의 종류에 따라 지금도 독특한 풍미를 지닌 마살라 들이 계속 개발되고 있다. 인도요리의 기본적인 조리법은 열을 가한 음식에 여러 종 류의 마살라를 섞어 먹는 것이다. 앞서 말한대로 이 마살라 는 각 지방에 따라 풍미가 다 다르다. 인도인들이 가장 즐겨 마시는 인도식 홍차(짜헤)만 해도 들어가는 마살라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이 같이 마살라 향신료 때문에 인도의 음식 맛이 다 같으면서도 다 다르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향신 료는 음식을 만들 때 쓰는 다양한 양념을 통칭하는데, 양념 1⃞ 인도요리에 있어서 가장 특징적인 것이 다양한 향신료를 사용한다는 점이다. 1⃞ 해군/2005. 1~2 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