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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2005. 1~2 43 한 훈련병의 여동생이“오빠, 세상에 하나 밖 에 없는 여동생이야, 힘내!” 라고 올린 글에 그 훈련병의 누나가“내가 그 애 누난데, 나 한텐 그런 여동생이 없는데” 라고 답하는 미 스테리한(?) 사건도 있었고, 한 훈련병의 경 우엔 여자친구가 올린 격려의 글에 훈련병의 어머니가 다시“우리 아들 여자친군가 봐요, 힘이 되어 줘서 고맙네요” 라고 답글을 달아 예비며느리(?)와의 고부간의 정을 쌓는 일도 있었다. 그런 일화들을 접하며 슬며시 미소 를 지어보는 것은 마을을 운영하는 또 하나 의 쏠쏠한 재미가 되기도 한다. 이처럼 재미 난 일들도 심심찮게 일어나기에 마을 분위기 는 언제나 화기애애, 그 자체다. 해군 i-news 운영이 끼친 영향은 그야말 로 대단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우선 나 자신 만 해도 마을을 운영하면서 느끼는 점들이 많다. 훈련병들에 대한 애정이 임관 직후에 비해 많이 사라진 지금 곰곰 생각해 보니, 나 는 그들을 그저 일상이자 관례적인 대상으로 무심코 대했던 것은 아닌가 반성해 보게 된 다. 나로서는 매년 24개 기수 중 스쳐가는 하 나의 기수에 지나지 않을지 몰라도, 그들에 게는 인생에 단 한번의 시간이기에 얼마나 소중할 것인지, 잠시 잊었던 것 같다. 마을 운영을 통해 부모님이나 여자 친구에게 이들 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를 새롭게 인식하 게 되면서 이들을 가르치고 훈육할 때마다 더욱 성심성의껏 하게 되었다. 훈련병들에게도 i-news라는 마을의 운영 은 의미가 크다. 힘들고 고된 훈련도 훈련이 지만 사랑하는 사람들과 떨어져 지내야 한다 는 생각이 가장 힘든 훈련병들에게 부모나 애인이 보내 준 실시간 편지 글은 그야말로 천군만마보다 더한 힘이다. “오빠는 해 낼 거 라고 믿어” 라는 여자친구의 목소리에 훈련병 들은 없던 힘도 짜내 더 열심히 훈련한다. 무 언가를 보여 주겠다는 그들의 각오는 그야말 로 대단하다. 아무래도 부모님이나 여자 친구에게 끼치 는 영향이 가장 크지 않겠나 싶다. 그저 군에 떠나 보내면, 간간히 부쳐오는 편지를 제외 하곤 그리움만 안은 채 기다려야 했던 과거 와는 달리, 이제는 실시간으로 쌍방의 의사 소통이 가능해져 부모나 여자친구의 역할이 커졌을 뿐 아니라, i-news라는 매체를 통해 훈련병들의 부모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공동 체적 마을이 형성되는 문화 창출의 효과까지 갖추게 되었다. 부모와 여자친구들의 공동체 문화 형성으 로 군에도 자정능력이 강화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실시간으로 훈련과 내무생활 모습이 공개되고, 그에 대한 반응이 전달되는 현 시 스템으로 인해 보다 철저하게 규정과 원리ㆍ 원칙에 입각한 훈련과 신병관리가 이루어질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이렇게 해군에서 실시한 i-news는 운영에 일부를 담당하게 된 나 자신 뿐 아니라, 훈련 병들과 부모님, 여자친구 그리고 우리 군에 도 실로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평가된 다. 과거 군이 폐쇄적인 일면이 없지 않았으 나, 시대의 변화와 더불어 해군이 과감하게 신병 교육훈련과 생활모습을 국민들에게 공 개하며 새로운 형태의 공동체 마을을 형성함 으로써, 국민의 뜨거운 지지를 얻고 육군과 공군에까지 확대 시행되기에 이르러“위민 해군 상 정립” 의 계기가 된 것이야말로 무엇 보다도 큰 성과가 아닐까 싶다. 지금도 딱딱하고 차가운 모니터 이면에는 따뜻한 사랑이 넘치고 있다. 그 사랑이 해군 i-news라는 마을을 통해 훈련병들에게 흘러 들어 가는 한, 엄동설한의 추위도 이들에겐 아무 것도 아닐 것이다. 그런 공동체 마을의 운영을 담당하는 일원으로서의 자부심을 살 짝 밝히며 이 글을 마무리 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