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page

해군/2005. 1~2 40 외치곤 한다. “이것이 바로 우리 실력이다!”대한민국이란 말이 다! 얕잡아 보지 마라! 그리고 내안에 흐르는 이 감정이... 편안함 이... 보람과 뿌듯함일 것이다. 하루하루가 갈수록 세계의 해군들이 우릴 주목했고 우린 더욱 하나로 뭉쳐가기 시작했다. 괴물이 되어 간다. 각자의 위치에서 각자의 임무에 최선을 다하며, 서로를 격려하며 부축해 주며 훈 련의 끝을 향해 가고 있었다. 훈련의 막바지에 다다랐을 때가 왔 다. 조금씩 쌓인 피로와 줄어 든 말수와 무거워진 발걸음, 아침의 뻐근함이 그것을 알려 주었다. 끝까지 정신력 하나로 버티고, 호 흡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 때였다. 사람들의 웅성거림과 어디론가 쫓아가는 발걸음 소리가 들렸고, 사람들의 들뜬 흥분의 숨소리가 들리기 시작했 다. 나는 그 소리를 따라가기 시작했고, 결국엔 외부 갑판으로 나 가는 도어를 여는 곳까지 다다랐다. 눈부신 햇살과 따사로움, 포 근한 바닷바람과 내음이 도어 사이로 새어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 부서지는 햇살을 부수고, 그 거센 파도를 달래고, 바닷바람을 끌어안은 거대한 무언가가 있었다. 파도의 거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넓은 태평양의 한 부분을 채워 버린... 침묵을 지키는 무언 의 심판자 같은 그것은? 사람들 사이로 보이는 그것은 항공모함 이었다. 말로만 들어 왔고, 영화에서나 보았던 항공모함인 것이 다. 갑판 위에 가득한 전투기와 하늘 높은 함교, 보기에도 부담되 는 선체는 가히 최고라 불리울만 했다. 그 웅장함에 사람들은 모 두 넋을 잃고, 놀란 눈으로 숨을 죽인 채 그저 바라만 보고 있었 다. 지금이라도 건드리면 성난 사자처럼 일어날 듯한 자태는 주 위의 공기를 전부 삼켜버릴 것만 같았다. 조금씩 새어 나오기 시 작한 사람들의 숨소리와 연이어 터지기 시작한 탄성소리, 받을 자격이 있는 놈이다. 마음 속에 그저 부러움만 있는 것이 아니라 든든함이 있는 것은, 우리의 해군이 항공모함 같은 최고들과 어 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는 자부심과 언젠가 우리도 우리 손으로 항공모함을 움직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윽고 주위의 여러 배들이 보이기 시작했고, 훈련에 참가한 모든 군함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거대하다! 멋있다! 벅찬 감동이다! 웅장하다! 그리고... 그 속에 우리가 있다. 그렇게 우리는 항공모 함 옆에서 선두로 달리며, 수많은 배들과 태평양을 가로 지르며 RIMPAC의 끝으로 가고 있다. “입항~~!”또 다시 찾은 진주만부두이다. 처음 왔을 때 보단 조금은 여유로움이 느껴지는 까닭은 우리의 훈련성과가 아주 성 공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배도, 사람들도 숨을 몰아서 거칠게 쉬 어 오다가 이제야 큰 한숨을 쉬어 본다. 하지만 조금도 긴장을 늦 추질 못 했고, 더욱이 힘을 내어 일어설 준비를 하고 있었다. 우 리에겐 SM-2실사가 남았다. 우리 배 함수에 위치를 잡고 있는 SM-2! 그 문을 열고 하늘 높이 올라갈 날을 위해 우린 매일 준비 를 해 왔었다. 그리고 그 문이 열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럴 수록 우리의 긴장감은 더욱 우리를 감싸고 돌았다. 한국 최초다! 그리고 이 처음이 앞으로의 나중을 좌지우지할 것이다. 우린 SM-2실사를 위해 또 다시 바다로 향했고, 이젠 이 곳 먼 바다도 낯설지 않다. 실사하는 날이 오자 함 전체는 분주함 을 넘어 고요함이 흐르기 시작했고, 한 번씩 함수 쪽 SM-2 를 보 며 염원을 담고 있었다. 지금 이 순간 우리 대한민국이 우리를 지 켜보고 있다. 유도장님께서는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며 이상하리 만치 편안한 웃음을 보이셨다. 자신감에서 오는 웃음일 것이다. “유도탄 발사 3분전!”함내의 고요함을 깨우는 방송소리가 들리 고, 여기저기에서 숨을 죽이는 소리가 들리었다. 외부 비디오로 SM-2 발사대를 보여 주고 있는 텔레비젼 앞으로 모두 모여 들었 다. 손에 땀이 맺힌다. 순간 지난 날들이 생각난다. 성공적인 발 사를 위해 매일 같이 되풀이되던 모의 실사훈련과 우리 배를 오 갔던 많은 사람들, 함내 승조원들의 입버릇이 되어 버린 SM-2, 이젠 우릴 믿고, 지켜보시는 함장님, 너무나 오랜 시간을 지금을 기다려 왔다. 이젠...기도만이 남았다. 자신감 넘치는 염원의 기 도가! 침묵이 흐르고, 서로를 쳐다볼 여유도 없이 화면 속으로 빨 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제발... 성공하길... 너무나 짧은 그리고 뚜렷한, 거센 진동이 일어나면서 함 전체 를 삼키는 폭음이 일어났다. 그리고 SM-2 유도탄이 용솟음치듯 하늘로 치올라가기 시작했다. 짧고 빨랐지만 너무나 보기 원했던 SM-2의 정체를 드러낸 것이다. 용은 하늘로 승천하기 위해 수많 은 세월을 기다리며 인내한다고 했다. 우리도 그러했다. 한번의 승천하는 용이 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을 와룡의 자세로 지 켰던가? 화면 속에는 푸른 하늘을 가르는 불빛이 비치고 있었고, 그건 우리의 용인 SM-2였다. 멀어져 보이지 않는 그 순간까지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숨도 멎은 채 그 빛을 따라가고 있었다. 저 멀리 구름 속으로 사라진 뚜렷한 불빛이여! 우린 그제서야 탄성 을 지르기 시작했다. 명중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즐거웠다. 우리 눈 앞에 비친 SM-2의 위용은 바로 우리 자신이었고, 우리는 명중 성공을 확신하고 있었다. 그만큼 우린 철저한 준비를 했었 다. 우린 확신했다. 그리고 그 확신은 현실이 되었다. 정확히 목 표물을 맞추어 떨어뜨린 것이다. 태극기를 들고 함수로 뛰쳐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