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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면서 우리는 군대에 복 무하면서 특히나 해 군이기에 하는 말인 지도 모르지만 '한 배를 탔다'는 말을 자주 한다. 생사가 관련된 군복무의 특 성상 지금의 삶은 한 배를 탄 인생이 라고 이야기 하는 데 있어 무리가 되 지 않는 표현이다. 좋건 싫건 간에 항해가 끝나기 전까지 내릴 수 없다는 점, 일정 기간을 마치기 전까지 제대할 수 없다는 것이 그랬 고, 한정된 공간 속에서 끈질기게 같은 사람들과 마주쳐 야 한다는 공통점도 있으니 말이다. 어찌되었건 병으로 오게 되면 의무적으로 2년 4개월이 란 시간을 군대에서 보내야 한다(특히나 해군은 2년 2개 월 근무하는 육군과 해병대와 달리 2개월이란 시간이 더 길다). 지루하고 늘 틀에 박힌 시간의 연속이다. 같은 생 활의 반복이고 밖에서의 생활과 달리 구속과 제약이 많이 따르는 영내의 생활은 스스로가 단순해지고 있다는 생각 까지도 들곤 한다. 평소 책을 가까이 하는 편은 아니었지 만 그나마 독서를 통한 여행이 아니고서는 이 생활이 주 는 단조로움에 나라는 존재감을 잊을 것 같아 간간이 책 을 빼어 든다. 김영하의‘검은 꽃’ 이란 소설도 그러했다. 하지만 이전 의 그의 글과는 분명 차이가 보였다. 감동과 교훈적인 면 은 예초에 김영하의 소설에서 찾기 힘들다. 하지만 이번 그의 작품에서는 재치나 판타지의 몽환적인 느낌이 아닌 다분히 현실적이고 무덤덤한 묘사 속에서는 잔잔함이 묻 어난다. 그 정체가 무엇인지 고민을 하다가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다. 이 소설에 대한 느낌의 정리와 내 자신에 대 한 정리가 필요했기에... 소재의 변화 - 조선의 첫 이민사 이 소설은 조선시대에 있었던 첫 이민사를 소재로 다루 었다. 군복무 중인 지금의 나에게 현재의 이야기가 아닌 과거의 이야기는 오히려 유행이라는 것을 타지 않아 좋았 다. 과거의 사실은 변함없으니까, 김영하의 소설‘ ‘호 호출 출’ ’ 에서 보여지는 삐삐의 이야기는 신선했지만 시대의 빠른 흐름 속에 이미 공감하기 힘든 소설이 되어버렸다. 아마 도 지금의 초등학생이 대학교에 입학할 무렵엔 사전을 찾 아서‘ ‘호 호출 출기 기’ ’ 가 무엇인지 살펴봐야 할 것이다. 그리고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에서 보여 주는 인터넷과 자살업자의 이야기는 분명 당시에는 시대를 앞선 소설이 었지만, 요즘에 문제가 되고 있는 자살사이트에 대한 기 김영하의 소설「검은 꽃」 을 읽고 해군 글광장 병장 이 기 언 군수사령부 언젠가 나는 군대를 떠난다. 제대를 한 이후에 멋진 삶을 노력 없이 무상으로 얻길 바란다면 그것은 착각일 것이다. 이 주어진 과정에 충실해야 함을 느낀다. 주어진 제약 속에서 행복해 질 수 있는 법은 분명히 있기 마련이다. (중략) 나 역시도 마찬가지로 세상에 돌아가나 그때의 돌아가는 나는 새로운 나일 것이다. 때문에 세상에서 벗어나 군대에 들어와 있 는 지금도‘나’ 를 놓아서도 안 될 것이고, 나와 세상의 관계 또한 놓아서는 안 된다. 내가 바라거나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냉혹한 현실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라도 나는 가야 한다. 이것이 막연한 불안감일까? 해군/2005. 1~2 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