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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새 한 마리 나뭇가지에 앉았다가 어디론가 날아간다. 혼자가 된 나무는 산새가 날아 간 진동에 온 몸을 맡기고 깊은 상념에 빠 져든다. 어디선가 몰려 온 세찬 바람이 그 긴 상념을 흔들어 깨울 때에야 비로소 나무는 깊디깊은 상념에서 벗어나 먼눈을 들어 사위를 둘러 본다. 아무도 없다. 잿빛 땅거미만이 가득 몰려 와 나무의 발치께부터 적셔 올 뿐이다. 먼 산의 윤곽이 또렷이 드러나는 달밤에 나무가 운다. 나무의 울음이 개울을 타고 내려와 큰 강에 섞이면서 그 울음소리는 숨죽인 강의 깊은 흐느낌으로 변하고 그 흐느낌은 오랜 시간을 달려 닿은 넓디넓은 바닷가에서 흩어진 물방울의 잔해는 한 마리 새가 되어 이곳저곳을 떠돌다가 기억은 나지 않지만 무언가가 잡아끄는 듯한 기운에 그 무언가가 어떤 것인지 기억을 되살리려 하지만 도무지 생각나지 않는다. 새는, 그 나무가 자신의 전신임을 모르는 새는, 어디론가 날아가기 위해 날개를 펴고 다리에 힘을 준다. 아! 이 움직임...... 온 몸으로 전해 오는 이 느낌 누구나 헤어질 때 느끼는 서늘한 감촉 포말로 부서질 때의 그 비명... 새는 날아가고 그 자리에는 잔잔한 떨림만이 그 날처럼 남아 있다. 별 리(別離) 병장 김 용 준 해군본부 비서실 해군 글광장 해군/2005. 1~2 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