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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원 모 수필가 · 해군법무감 역임(예)대령 팻 틸먼. 요전에 뉴욕에서 있었던 추모식의 주인공이다. 신문을 보니 풋볼의 스타 플레이어인 그는 2002년에 소속팀에서 연봉 360만 달러 우리 돈으 로 약 43억 원의 3년 계약 제의를 마다하고 지원 입대하여 군복을 입었다. “할아버지 이래 가족 여럿이 전쟁터에서 싸웠지만 나는 내 할 일을 못하고 있다” 는 것이 입대 이유다. 그리고 지난 2004년 4월 30일 아프가니스탄에서 전사했다. 미국에는 그때나 지금이나 징병제가 없다. 이번에 당선된 17대 남자 국회의원 260명 중 병역이 면제된 사람은 63명이고 그 비율은 24.2%라고 병무청이 발표했다. 이 면제율은 국민 평균보다 낮은 수치라 하니 다행이다. ‘면 제’ 는 질병 등으로 군에 가지 않는 모든 경우를 말하는 것이므로 이른바‘병역 기피’ 와는 다르 다. 행정부와 입법부 지도층의 3분의 1 가량이 군대에 가지 않았다는 조사결과가 발표된 일이 있다. 그래서 출세하려면 군에 가지 않아야 유리하다는 우스갯소리까지 생겼다. 그게 9년 전 일인데, 작년에 지금 정권이 출범할 때의 장관급 공직자의 병역면제율이 40%였다고 한다. 한 심스러운 노릇이다. 요즘에 젊은이들이 군에 안 가려고 몸에 문신을 한 것이 드러나서 재판을 받는다고 보도되 었다. 양심을 내세워 병역을 거부한 사람에 대한 대법원의 유죄 확정판결을 두고 시비하는 이 도 있다. 외국 영주권을 버리고 돌아와 입대하는 사람도 있다는데……. 두 아들이 군에 들어갈 나이가 되어 가면서 나는 이따금 잔소리를 했다. 군대를 피하려고 애 쓰는 또래가 있음을 알고 있어 거기에 물드는 것을 염려했기 때문이다. 장래에 어느 분야의 지 도자가 되거나 직장에서 윗자리에 있으려면 병역을 빠트려서는 안 된다. 군대는 세월을 헛되 이 축내는 곳이 아니라 진정한 사나이로 되기 위하여 아이가 허물을 벗는 곳이라는 말도 보탰 다. 군에 안 가면 큰 일 날 줄 알라는 으름장도 놓았다. 제1차 세계대전 때 영국 해군장관이던 윈스턴 처칠이 자원하여 싸움터로 나갔다는 일화도 넌지시 일러 주었다. 실제로 이 일은 처칠 자신이 쓴 수상록‘폭풍의 한 가운데’ 에 나오는 이 야기다. 그가 간 유럽 전선에서의 처음 계급은 소령이었다. 서구의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의 전통은 대단하다. 높은 사회적 신분에 따른 도의적 의무를 뜻하는 말이다. 제1차 대전에서 50세 이하의 영국 귀족 남자 가운데 2할이 전 사하고, 제2차 대전 때에는 이튼칼리지 졸업생 중 한 학급 출신 모두가 전쟁에서 목숨을 잃은 실례도 있다. 이 학교는 영국 지도층 자제가 공부하는 사립 중등학교다. 미국의 유명한 영화배 비켜 가면 안 되는 곳 초대 작가석 ’ 05새해맞이 해군/2005. 1~2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