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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2003. 5~6 79 해군 글광장 토록 발 빠르게 전력질주한 것은 처음이었을 것이다. 채 1분도 되지 않은 시간 안에 먹어야 하기에 국 공간에 밥 과 반찬을 한 데 모아 말은 다음, 몇 번 씹을 것도 없이 순식간에 목구멍을 넘긴다. 생존본능이라 할까? 음식의 맛과 향을 느끼지 못한 채 오로지 굶주려 비어 있는 위 (胃)를 달래기 위한 일에 전념해야 하는 모든 훈병들의 힘겨운 투지가 눈물겹다. 극기 주 첫째 날 밤은 그런대로 훈련하느라 피곤에 지쳐 배고푼 줄 모르고 잠들어 버렸다. 그런데 둘째 날 밤 역시 하루 종일 훈련으로 인해서 피곤했지만, 배가 고파서 잠을 설쳐야만 했다. 나와 몇몇 동기들도 허기진 배를 잡고 잠을 이루지 못했다. 나는 며칠 전, 건빵 스무개를 흰 편지봉투 안에 넣어 서랍 안 속옷 아래에 넣어 둔 것을 생각하고, 어두운 내 무실 안에서 더듬더듬 봉투 안에 든 건빵을 한 웅큼 꺼 냈다. 그리고 옆에 있는 동기 손에 건빵 한 개를 쥐여 주 었다. 동기는 깜짝 놀라며 눈을 떴다. 흐릿한 달빛 어둠 속에서 그는 흰 눈망울과 치아를 들어 내며 웃고 있었 다. 나도 답례로 씨익 웃어 주고서 주변에 잠 못 이루는 동기들의 손에 건빵을 한 개씩 쥐여 주었다. “고맙다.” “잘 먹을께.” “이 은혜 평생 못 잊을거야”하며 눈물까지 글썽이는 동기도 있었다. 그 때 나의 기분은 말로 표현하지 못할 정도로 뿌듯 했었다. 그 뿌듯함에 성난 파도처럼 시위하던 나의 배는 어느 새 잔잔한 파도처럼 고요해졌다. 어떤 사람은 불우 한 이웃을 위해 얼마의 돈을 기부한다지만 나는 돈이 아 닌 그 누구도 쳐다보지 않는, 고작 건빵 한 개로 배고파 서 굶주린 동기들을 위로해 주었다. 그 건빵엔 돈으로는 환산할 수 없는 그 무언가가 있었다. 난 그것이 인간의 원초적 본능에서 우러나온 사랑의 힘이라고 생각된다. 난 어릴 적 가난한 생활에서 음식을 챙겨놓는 버릇이 있었다. 사탕, 과자, 음료수 등 음식을 지금보다 더 먹고 싶을 때 나중에 먹으려고 숨겨 놓았다가 먹곤 했는데, 고쳐야 했던 어릴 적 버릇이 이 곳 웅동의 극기 주에서 유용하게 사용될 줄이야... 나는 건빵 한 개를 입 안에 넣고 사르르 녹였다. 실무생활을 하면서 건빵의 진정한 참 맛을 못 느끼는 게 사실이라 안타깝다. 문득 훈병 때 건빵사건들이 여러 가지가 떠오른다. 건빵을 기름에 튀겨 설탕을 뿌린 건빵 의 맛은 그 어느 음식보다도 뒤지지 않을 맛이 있고, 어 떤 동기는 소각장에서 건빵을 주워서 먹다가 걸려서 혼 났던 일 등 등... 그 때 있었던 사건들이 새삼스레 떠오른다. 2년 전, 훈병 때의 일들을 회상하며 오늘 저녁에 건빵을 먹어 보 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