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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2003. 5~6 78 해군 글광장 나의 버릇으로 인해 뿌듯함을 느꼈던 적이 있다. 고작 건빵 한 개로... 건빵은 오래 전부터, 앞으로도 군인과 떨어질 수 없 는 관계라 생각된다. 나에게도 어릴 적 비상식량으로 쓰 이던 때가 있었다. 별사탕이 들어 있는 건빵은 언제부터 인가 고급 양식에 밀려나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가 되어 버렸지만, 입대해서 말로만 듣던 군용 건빵을 보는 순 간, 절로 알지 못할 미소가 드러났다. 훈병 때 건빵의 존재는 고급 양식과도 같았다. 2년 전 훈병 때의 일이다. 모든 훈련이란 게 힘들고 괴롭지만 극기 주 3일은 삶 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일에 불을 지핀다. 극기 주 이틀 전에 소대원들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건빵을 한 봉지씩 지급받았다. 일인 당 한 봉지 씩... 그 때는 자유배식이라 밥을 산더미처럼 쌓아서 먹었 지만, 저녁을 일찍 먹는 관계로 밤이 되면 늘 배가 고팠 다. 나는 다음 극기 주 사흘동안 제한 배식의 정보를 입 수하고, 건빵 스무개를 호주머니에 챙겨 넣었다. 나뿐만 아니라 여러명의 동기들도 챙기는 것 같았지만, 배가 고 픈지 그들은 이내 꺼내서 그 자리에서 먹어 치웠다. 식사시간... 츄라이(밥, 반찬, 국을 하나에 담을 수 있는 용기)에 담겨지는 밥은 자그마한 쇠 컵으로 퍼서 밥 놓는 공간으 로 떨어뜨린다. 물론 컵을 놓지지 않게끔 잡고 위에서 아래로 흔들어서 발알을 떨어뜨려 주지만, 찰기 없는 밥 덩이가 배식컵 깊숙히 붙어 반 쪽만 떨어지면 그만큼 억 울한 일도 없을 것이고, 밥 퍼주는 사람을 몹시 원망하 게 된다. 엄숙하고 통제된 식당 안에서 말을 할 수가 없 으니 눈빛으로 우리들만의 통역이 필요할 때이다. “여기 내 츄라이 봐! 그 줄에 서 있지 말고, 다른 줄 에 가서 받아!!” 하지만 몇 주를 같이 훈련 받았던 동기라지만 내 쌍 라이트 눈빛 통역을 알 턱이 없다. 그리고 다른 줄이나 내가 섰던 줄이나 츄라이에 담긴 밥, 반찬, 국은 이상하게도 양이 같았다. ‘이걸 아까워서 어떻게 먹지?’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내 생애에서의 극기 주 3일은 내 위 속으로 음식물이 그 병장 김 현 수 해군기술병과학교 본부대 비상식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