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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2003. 5~6 76 해군 글광장 해군에 입대하고 나서 나의 지난 삶을 돌아볼 기회가 부쩍 많아졌다. 망망대해 서해의 한 가운데에서 북녘 바다를 뚫어져라 바라보며 경계근무중인 이 순간에도 하고 싶은 얘기란 나의 아버지 자랑이다. 아버지는 해군의 모항이 있는 경남 진해시에서 태어 나 줄곧 진해에서 살고 계신다. 모든 아버지가 다 그렇 겠지만, 특히 우리 아버지는 우리 3남매를 키우기 위해 편히 주무신 날이 없는 것으로 기억한다. 아버지는 어 부다. 그것도 하루하루 조업해야 생계를 유지할 수 있 는 가난한 어부이시다. 철없던 초등학생 시절 아버지가 어부라는 게 얼마나 부끄러웠던지..., 참 철딱서니 없는 생각이었다. 형편이 되지도 않는데 생떼를 쓰며 장난감이며 과자를 사달라 고 졸라대곤 했다. 대학생이 돼서야 조금 철이 든 것 같 다. 방학 때면 아버지를 따라 바다로 나가곤 했다. 그때 아버지가 하시는 일의 가치를 조금씩 이해할 수 있었다. 우리에게 전혀 힘들다거나 어렵다는 것을 내색하지 않으시던 아버지의 눈물을 처음 본 날이 있었다. 그때 내가 몸에 이상이 생겨 수술했는데, 이틀이 지나도 의 식을 회복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후에 들었다. 중환자 실에누워 있을 때, 아버지가 들어와 내 손을 잡으시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퉁퉁부은 눈을 애써 감추시며 "잘 못됐으면 유능한 부선장을 잃을 뻔했구나"라고, 지금도 그때 아버지의 모습이 생생하다. 해군 부사관으로 입대, 군생활을 하면서 이제서야 아 버지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 신(神)이 남자에게 부 여한 아버지라는 직책은 너무 크고 위대하며, 사실은 참으로 힘들다는 것을, 자식 입장에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을 만큼... 나의 아버지만큼 인자한 사람은 없다고 생각된다. 이 때까지 내게 힘든 모습 한번 보인 적 없으시고, 크게 화 내신 일도 없는 분이지만 속으로는 얼마나 힘드셨을까 라고 혼자 생각해 본다. 이제는 아버지께 정말 잘해 드 리려 한다. 군에 입대해 철이 드는가 보다. 군대는 참 좋은 곳인것 같다. 남자를 내·외적으로 부쩍 성장시키는 힘이 있다. 특히 바다를 지키는 일이 아버지와 더욱 친근하게 만든 것 같다. '어부의 아들답 게'라는 생각이 아버지를 더욱 든든한 힘으로 느끼게 하고, 아버지를 더욱 그립게 하는 모양이다. 지금 나는 서해에 와 있지만 마음은 늘 남해에서 고 기를 잡고 계실 아버지와 함께 있다. 아버지 자랑은 끝 이 없다. 여러분도 아버지를 생각할 것이다. 살아 계실 때 효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돌아가신 후 후회는 아무 쓸모가 없을테니까. 항상 잘해드려도 모자란다는 생각으로 항상 세상을 밝고 긍정적으로 살 아야겠다. 든든한 아버지를 닮은 멋진 남자가 되야겠다 는 각오로... 하사 장 우 진 제2함대 제천함 자랑스런 나의 아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