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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작·가·석 바다의 신비 들려오는 파도소리 저 멀리 수평선에서는 매일 같이 태양은 뜨고 수정의 고운 빛깔 골라두었다가 언제나 밤을 지새워 닦아 놓은 풍성한 빛으로 생명꾸미는 바다 수심(水深) 깊은 곳에서 건져올린 영롱하고도 은은한 색채 덧붙인 다양하고도 기이한 껍데기 패류(貝類) 이건 대대로 물려받은 보석이 분명 인간의 힘으로 도저히 흉내 낼 수 없는 신(神)이 남긴 예술품인지도 모른다 하늘이 내려 준 빛깔로 하얀 천사의 옷자락 빛 때로는 뿌옇게 번지는 수채화 물감의 멋 부린 혼합 색 촘촘히 내비치는 흑진주의 무늬 천만년 묵은 찬연한 바다의 빛 은은하게 가슴 속으로 파고든다 어디 빛깔만 신기하랴 소라도 아닌 것이 층층이 집을 짓고 누워 볼록하게 그은 선은 생선가시가 돋아난 고생대 물고기 화석을 보는 느낌 어느 해도(海圖)를 펴 보아도 이렇게 신비한 바다는 여기밖에 없는 것 같아 죽음이 남긴 잔해라지만 위로하지 못할 시간으로 빠져들어 바다의 몸체는 신비스럽기만 하구나 인내와 침묵의 그늘이 무성해지는 날이면 겁(劫) 나는 세월 동안 깊은 수심에서 올라 온 패류가 신비의 바다를 만들었겠지 여기 오로지 찬란한 모습 지닌 패류 껍데기 알맹이는 인간이 다 빼어 먹고 속이 텅 비어 다가오는 슬픔 이 기이한 모습은 아름다운 신비의 바다가 남긴 최후의 흔적은 아닐런지. * 남태평양 파푸아 뉴기니아 기행시 ·시인 한국 해양문학가협회 고문 ·경남 남해 출생 ·해군사관학교 졸업 ·해병대사령관 역임(중장 예편) ·한국문인협회회원 ·국제펜클럽 한국본부회원 ·한국소설가협회회원 시인 임 종 린 해군/2003. 5~6 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