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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 f t h e k o r e a n n a v y 해군/2003. 5~6 67 벌어질 전투를 생각하면서 용기백배 전투의지를 다지고 있었다. 출동편대가 감포(甘浦)를 지나 장기 등대를 멀리 바라 본 것은 석양이 지는 19시 30분경이었다. 마침 그때 항해 당직 제2직으로서 함교에서 근무하던 김 병조의 두 눈은 희미하게나마 무엇인가를 포착하였다. 이 사실은 즉각 당직사관을 통해 함장에게 보고되었고, 즉시 전투배치 명 령이 내려지자 전 승조원들은 긴장되지만 사기충천한 모 습으로 신속히 대응하고 있었다. 이제 적함으로 판단된 괴선박과는 불과 5마일 정도, 701함은 정선 신호를 연달 아 보내었고, 이에 아무런 반응을 안 보이던 괴선박은 약 3마일 정도의 거리에서 갑자기 동쪽으로 방향을 바꾸어 흑연을 내뿜으며 전 속력으로 달아나기 시작한다. 이미 분명한 적선으로 인정된 검은 선박의 뒤를 따라 701함은 키를 오른편으로 틀어 적의 앞을 찔렀다. 그리고 옆에서 자세히 살펴보니 그 배는 1,000톤급이 훨씬 넘을 대형 보루틱크 형이었고, 무엇을 실었는지 워터라인이 쑤 욱 잠겨 들어 가 있었다. 701함이 전 속력으로 추격하자 괴선박은 일반상선으로 위장하여 항해등을 켜고 항해하 기 시작하였다. 풍파는 심하였고 이미 별빛 하나 없는 칠 흑같은 어둔 밤이 되어 있었다. 좀더 자세히 확인하기 위 해 300미터까지 접근하여 써치라이트로 비추어 보자, 괴 선박의 모습이 낮처럼 뚜렷이 드러나며, 과연 예측한 바 와 같이 선수와 선미에는 57미리포의 포구가 아측을 향 하고 있는 틀림없는 적 선박으로 판명되었다. 서치라이트 불빛이 닿는 곳에는 상륙군으로 판단되는 완전무장한 적병들이 갈팡질팡하며 갑판을 꽉 메우고 있 었고, 여러 곳에 기관포가 아측을 겨누고 있었는데, 포수 들의 복장은 처음 보는 이국 해군의 복색이었다. 이러한 정경의 적을 목전에 둔 장병들은 적개심으로 불타오르지 않을 수 없었다. 함장은 함교에 올라 배를 전진시켰다. 포 술장 유(劉) 중위는 포술원에게 자세한 주의와 지시를 하 였다. 마침내 포술장이 명령을 내린다. "거리 3,000. 철갑탄 준비!" 이에 장전수 이 병조가 포탄에 키스를 하며 '꼭 명 중해다오' 혼자말처럼 뇌이더니, "장전! 장전완료"를 외 쳤다. 파도가 심하여 조준이 힘들었다. "발사!" 명령과 함 께 제1탄이 발사되었다. 이 때가 26일 0시 30분. 지금 날린 포탄은 어찌되었는 지 소식이 없다. 즉 철갑탄에는 예광(曳光)이 없으니 탄 착점을 알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번에는 침로를 돌려 전 속력으로 적선에 육박했다. "거리 1,500. 발사!" 함체를 차고 날아 간 포탄은 보기 좋게 메인마스트를 부 러뜨려 넘겼다. 포원 전원이 "만세!" 부르며 날뛰고 어깨 춤까지 추며 환희했다. 바로 이때, 적선에서 한 줄기 광선 이 비쳐 오며 우리를 탐색하기 시작하였다. "신호등을 겨 누라!"라는 함장의 명령과 함께 발사된 포탄은 적의 신호 등을 명중시켰다. 거리는 겨우 600야드. 도주를 포기하였 는지 적은 전 화력을 집중하여 대항하기 시작하였고, 공 중을 붉게 물들이며 비오 듯 날아오는 적 기관포와 주포 의 예광 밑에서 우리 장병들은 한층 더 용전분투하였다. 이렇게 피아간의 치열한 전투가 계속되는 동안, 적선은 차츰 속력을 줄이더니 얼마되지 아니하여 마침내 정지되 며 한 쪽으로 기울어지기 시작한 순간, '번쩍' 섬광과 함 께 요란한 폭음이 울리며 701함에 큰 진동이 일었다. 적 탄에 맞은 것이다. 누군가 "대한민국 만세!"를 외친다. 장 전수 윤 병조가 남긴 외마디였다. 그 옆에 김 병조가 피투 성이 되어 쓰러져 애처러운 신음소리가 들린다. 이로써 6·25 서전의 해전이 끝이 난 것이다. 많은 상륙병을 싣고 있는 적선을 대마도 해협에 수장 (水葬)시킨 채, 우리의 701함은 소수의 사상자를 싣고 진 해항으로 무사히 귀항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