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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장년층이면 누구나 기억하는 천재적 영화감독 잉그마 루 베이르만과 성격배우 리브 아르망과의 이색적인 정사 는 유명하다. 헌데 그 정사보다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 았던 것은 그녀의 자서전‘변해간다는 것’이었다. 아르 망은 많은 사람들의 눈이나 입으로부터 그 사랑을 보호 하고 싶어 북핵의 외딴 섬 인적이 끊어진 곳에서 5년 동 안 살았다. 러시아와 스웨덴 사이에 있는 이 외딴 섬은 연중 북풍만 불어대는 동토(凍土)요, 유형지(流刑地)로 쓰였던 곳이다. 이곳에 둘만을 위한 집을 짓고, 외계로부터 완전 차단 사회적 인간으로써 억제해야 할 어떤 제약도 없이 자유 분방하게 사랑하며 살았다. 신으로부터 추방당한 아담과 이브가 이보다 방종했을가-하는 대목마저도 나온다. “우리는 서로에게 모든 것을 주었습니다. 육체적 성적인 것 뿐 아니라, 마치 묶여서 이 세상에 태어난 것처럼 그리고 그 주박(呪縛)에서 영원히 헤어날 수 없는 숙명을 확인하며 살았던 것입니다. 외계로부터 모든 문을 걸어 잠그고 부모도, 친구도, 그리고 과거도, 추억도, 정의도, 불의와도 완벽하게 격리 되어 오로지 행복과 소유만을 충족하려 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아르망은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치는 데 5년이라는 세월이 필요했다고 했다. ‘자신의 고독과 불안을 남의 품속에 해소시키려는 시도는 처절하게 실패 하고 말았으며, 그 고독을 수츠케이스에 꾸려 담고-’그 섬을 떠난다. 섬에서 돌아온 아르망은 이제 남을 즐겁게 하기 위해 남들의 눈에 비치는 자신에만 도취해 살았던 배우시절과 한 남자의 품속에 안겨 소화시키지 못했던 고독과 불안 을 자기의 실체와 진실로 돌아와‘나’ 를 찾아 살고 그 ‘나’속에 고독과 불안을 해소하려 들었다. 그렇게 살면 서 아르망은 남과의 관계에서 끈적한 인간 접착제 같은 것이 흘러나오는 것을 느꼈다. 죽는 것을 거절하고 죽음과 싸우는 병석의 어린 소녀 의 창가에 콩과 식물의 화분을 놓아 준 적이 있다. 이 소 녀가 잠에서 깨어나 보니 이 화분의 콩 넝쿨이 소녀의 손 가락 끝에 닿아 있음을 보고, 소녀가 새로운 생명의 작은 빛가닥을 잡는 것을 보고 아르망은“이것이다!”고 외친 다. 끈적한 인간 접착제를 본 것이다. 21세기의 忠孝 李 圭 泰 조선일보 논설고문 컬 럼 해군/2003. 5~6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