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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전으로 전해지는 이야기에 의하면 장마 기 간이 짧으면 강수량이 적어 삼(麻)이 평소보다 덜 자라 흉마(凶麻)가 되기 때문에 관북지방의 갑산(甲山) 처녀들이 삼베 몇 필에 오랑캐에게 팔려 가는 처량한 신세가 되어‘마(麻)야, 길어 라’라는 뜻의‘장마(長麻)’에서 유래되었다고 말하는 이도 있다. 일반적으로 장마는 여름철에 장마전선의 영 향을 받아 일정기간 계속해서 많은 비가 내리는 현상을 말한다. 우리나라의 장마는 북쪽에 위치한 차고 습한 오호츠크해 기단(氣團)과 북쪽으로 점차 세력 을 확장하는 무덥고 습한 북태평양 기단 사이에 서 형성된 전선이 우리나라 부근에 위치하면서 시작된다. 성질이 서로 다른 두 개의 공기 덩어 리가 만나면 둘 사이에 접촉면이 생기는데, 이 접촉면이 바로 전선(前線)이며, 이러한 전선을 경계로 비나 폭풍우 같은 악기상(惡氣象) 현상 이 발생한다. 장마 전선은 두 개의 공기 덩어리 의 힘이 엇비슷한 6월 말부터 7월 중순까지 우 리나라에 계속 머무르면서 양쪽 고기압의 세력 여하에 따라 올라갔다 내려갔다를 반복하는데, 전선면을 기준으로 전선의 남쪽에 위치한 지역 은 북태평양 고기압의 영향을 받아 한여름 날씨 가 되고 북쪽에 위치한 지역은 장마철의 음산한 날씨가 되는 뚜렷한 차이를 보이게 된다. 또한, 오호츠크해 고기압의 세력이 북태평양 고기압에 비해 유난히 강할 경우 장마 전선의 북상이 지연되어 전국적으로 가뭄이 발생하기 도 한다. 또한, 차고 습한 북동 기류가 탁월해져 이상 저온현상으로 냉해(冷害)가 발생하기도 한다. 장마는 평균 20˜50일 정도 계속되지만 장마 기간이라고 해서 비만 내리는 것은 아니다. 이른바‘장마 휴식’이라고 해서 이따금 햇빛 을 볼 수 있다. 옛말에‘땔감 준다’라는 말이 있 는데, 이는 장마 기간 중에 해가 나면 나무를 말 릴 수 있어 땔감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생겨난 말로 바로 장마 휴식을 일컫는다. 따라서 장마 휴식이 길어질 때는 장마가 흐지부지 지나가 버 리기도 한다. 보통은 장마가 계속되면 심리적으로 울적해 지기 쉽고 심한 경우에는 우울증이 나타난다. 일반적으로 햇빛을 2주 이상 못 보면 활동 에너 지가 감소하고 몸이 무거워져 별일 아닌 것에도 힘들게 느껴지는 경우가 있는데, 그것은 세상 만물의 에너지 근원이 되는 햇빛이 사람의 활력 과 정서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 해 장마 기간에는 생각을 한번 바꾸어 보자. 육체적으로 활력이 떨어지고 심리적으로 울 적해지는 장마 기간을 십분 활용해 보는 것이 다. 멀리 계신 부모님, 소식이 뜸했던 친구, 평 소에 도움을 주신 분들에게 전화로 소식을 전하 거나 평소에는 시간이 없어 읽지 못했던 책 속 에 파 묻혀 보기도 하고, 슬픈 영화 속의 주인공 이 되어 보기도 하면서.... 하지만 제일 좋은 활 용법은 장마를 핑계로 모처럼 가족들과 함께 부 침개를 부쳐 먹으며 도란도란 이야기로 웃음꽃 을 피우며 보내는 것은 어떨까? 해군/2003. 5~6 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