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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발견된 고문서는 불교사와 동양학의 귀중한 자료로서 ‘돈황학’ 이란 학문을 낳는다. 막고굴을 구경하고 나서 막 고굴 반대편의 명사산 구경에 나섰다. 온통 모래언덕인 사막이 나타난다. 명사산 초입부터 더위에 숨이 막혀온 다. 이 곳의 관광객들을 위해서는 낙타가 제격이다. 생전 처음 낙타를 타고 모래언덕이 시작되는 곳까지 가 보았 다. 명사산 사구에 살포시 자리 잡은 오아시스 월아천(月 牙泉)이 보였다. 구경을 마치고 시내로 들어와 다음날 투 루판으로 떠날 채비를 하고자 자전거를 빌려 타고 시장에 들렸다. 시장은 우리나라의 시골장터를 연상시키는 모습 으로 야채와 과일을 파는 상인들의 모습이 많이 보였다. 리어카에 길다란 수박 같은 노란 과일을 수북이 쌓아놓 고 팔기에 사 먹었다. 맛이 꿀 맛 같이 단데 알고보니 이 것이 하미의 명물 하미과였다. 하미과 하나를 다 먹고 나 니 배가 차 올랐다. 대강 먹을 것을 챙겨 가지고 호텔에 돌아와 짧은 낮잠을 자고 난후, 오전에 보다만 막고굴 구 경에 다시 나섰다. 막고굴에서는 사진촬영이 엄격하게 금지되어 있어 사 진을 찍는 게 직업인 나에게는 김 빠지는 일이 아닐 수 없 었다. 혜초 스님의 왕오천축국전이 발견된 17굴에 다다 랐다. 16굴의 부속품 같은 작은 공간인데 들어갈 수는 없 고, 밖에서 안으로만 구경할 수 있다. 장경동이라고 불리 우는 이곳에는 수 많은 고문서들이 소장되어 있었다. 그 뒤쪽 굴에는 인상적인 비파 여인상이 있었는데 이 그림은 돈황 시내 로터리나 거리에 동상으로 세워놓았을 만큼 돈 황시의 상징으로 쓰이고 있었다. 막고굴에서 가장 아름답 다는 45굴에 들어갔다. 안내양의 손전등 불빛을 받아 본 존불인 석가모니의 모습과 그 제자인 아난과 가섭의 윤 곽이 들어 났다. 그러나 진짜는 따로 있었다. 그것은 가섭 옆에 서 있는 보살이었다. 흰 얼굴에 그린 초승달 같은 수 려한 눈썹, 날렵하게 내리 뻗은 콧날이며 인중 밑의 고혹 적인 입술은 천 년의 세월 속에서도 살아 숨쉬는 듯 촉촉 함이 느껴졌다. ▲ 막고굴의 입구 해군/2003. 5~6 46 ▲ 돈황의 명사산에서 낙타 사파리를 즐기고 있는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