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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 2023년 6월 테마가 있는 독립운동사 순국 Focus   역사의 시선으로 마가 망하자 북방 사람들이 모두 이태리로 이주하였 습니다. 우리들의 오늘 거사가 만약 수년 전에 있었다면 또 한 자신의 의무를 버렸다는 비난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나, 지금은 시세가 변하였습니다. 16세기의 화 란(和蘭 : 네덜란드)은 서반아(西班牙 : 스페인)로부터 독립하였고, 19세기의 희랍(希臘 : 그리스)은 토이기 (土耳其 :터어키)로부터 독립하였습니다. 이는 뭇사람 의 단합이 어떠한가에 달려 있을 따름입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다가올 날에 또한 반드시 한 번의 큰 곤란은 있어야 비로소 목적한 곳에 도달할 수가 있을 것입니다. 우리 어르신은 춘추가 높으시나 이미 그 가운데 들어와 있습니다. 어찌 조국의 패망의 원 인을 정법과 도덕과 기강과 풍속에만 돌리고 스스로 의 임무로 생각하시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라 하고, 인하여 서로 마주보며 탄식하였다. 19일 계곡 물이 사태가 지더니 벽 틈으로 새들 어 방안에 물이 몇 치나 고였다. 옹동이에 퍼담아 바 깥으로 내다 버리느라 종일토록 분주하였으나 별 효 과가 없다. 안식구가 걱정하기에 내가 장난삼아 말하 였다. “우(禹)임금이 온 천지를 다니며 물길을 다스리 자 천하의 백성들이 물에 빠져 죽음을 면하였는데 지 금 내가 집안에서 물을 다스리니 온 집안이 물에 빠 짐을 면하는구나. 비록 공사 대소의 차이는 있으나, 그 공덕 됨은 같다. 다만 우임금은 8년의 긴 세월을 보내었는데, 나는 오늘부터 시작했으니 얼마의 세월 을 보내야 끝낼 수 있을지 모르겠도다!”라고 하니, 아 내도 또한 웃음을 내놓았다. 20일 맑다. 덕초(德初 : 이봉희. 석주의 둘째 동 생)가 잘 갔는지 걱정이 된다. 초4일 사이에 평양에서 출발하였으면 열흘 전에는 충분히 집에 당도하였으 련만, 소식이 묘연하여 들을 길이 없다. 매양 옛사람 의 “청풍명월은 누구의 집에서 자고 있는고[淸風明月 宿誰家].”라고 한 구절을 읊으며 서글픈 그리움을 금 할 수 없다. 인하여 율시 한 수를 읊다. 21일 준형과 김형식이 눈길에 지레 돌아왔다. 그 곡절을 물어보니, ‘외방 사람들이 우물에 독을 풀 었다’는 말이 민간에 와전된 후로 유하현 40리 지역 에 관병들이 주둔하여 길가는 사람들을 금하고 있는 까닭에 감히 앞으로 더 나아갈 수 없었다고 한다. 내가 생각컨대 부형들이 자제에 대하여 홀로 위험 에 빠질까 걱정하는 것은 인지상정으로 같다. 더군다 나 이곳은 사고무친의 객지이니, 위험을 피하여 들어 가지 않은 것이 또한 매우 다행스럽다. 다만 아홉 길 우물을 파고서도 샘물을 만나지 못한 셈이니, 앞서 들 인 공이 아깝다 할 만하다. 옛날 가륜포(哥倫布 : 콜룸부스)는 신대륙을 찾아 나섰을 때, 배가 절해를 지나는데 끝내 초공(梢工 : 뱃 사공)들이 모의하여 해치려는 일을 당하였다. 화가 장차 헤아릴 수 없는 지경인데도 가씨(哥氏)는 앞으 로 나서서 만 번 죽더라도 후회하지 않을 것임을 맹 세하였다. 말경에는 목적지에 도달하여 또 하나의 세 계를 개척하였으니, 오주(五洲)의 사람들이 지금까지 도 그 일을 칭송한다. 남자가 일에 임하여 진실로 험난함을 무릅쓰는 성 품이 없다면 성공에 크게 방해가 되는 법이다. 더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