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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국 역사기행 • 양평 몽양기념관을 가다 105 조부와 부모까지 잃고 몽양은 동생을 미국으로 유학을 보내고, 자신은 중국으로 망명한다. 중국 남경(南京)의 금릉(金陵)대학 영문 과에서 3년을 공부하며 세계정세 를 파악하고, 국제적인 안목을 기 르게 된다. 언더우드 선교사의 소 개장으로 이 대학에 유학(사실상 망명)을 갈 수 있었다고 한다. 미국에 있는 동생과의 서신으 로 서양의 움직임을 직시하며, 몽 양은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가 를 터득했을 것이다. 민영환의 자 결이 몽양의 가슴에 던진 화인(火 印)도 몽양의 행보를 인도했으리 라. 금릉대학(1952년 남경대학으 로 통합됨)의 학비는 몽양이 스포 츠를 잘하여 면제받기도 했다고 하니, 미남이면서 신체 건장한 체 육인을 우대한 학교 측의 배려였 는지도 모른다. 체육 특기생을 서 울의 일류대학에서 서로 자기 대 학에 유치하려고 하는 것과 같은 것이었을까? 금릉대학에 신학과 가 없어서 영문학을 공부했다고 하는데, 영문학 공부는 몽양을 더 욱 글로벌한 독립 영웅이 되도록 뒷받침했을 것이다. 몽양기념관에서 나와 계단을 올라가면, 몽양의 생가가 복원되 어 있다. 반가(班家)의 미음 (ㅁ)자 기와집이다. 양평 지주의 장남으 로 태어난 몽양 선생. 생가에는 후 손들이 기증했다는 가구도 몇 개 놓여있고, 면도하는 모습을 재현 해 놓은 밀랍인형도 있다. 독특한 생가의 모습이다. 다른 유적지 생 가에 가면, 거의 서안(書案)을 펼 치고 책을 읽는 모습의 밀랍인형 들이 대부분이다. 생가에서 나와 주변을 둘러본다. 담쟁이 이파리 가 담장 가득하게 올라가 있다. 5 월 햇살 속에 담쟁이 녹색 잎들이 반짝인다. 멀리 용문산이 보이고 부용봉 봉오리가 야트막하게 보 인다. 남한강이 내려다보인다는 말을 들었으나, 나무에 가려서인 지 물줄기는 눈에 들어오지 않는 다. 신원역에서 한 구역을 더 이동 하여 양수역에 내리면 두물머리 물줄기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남 한강과 북한강이 만나서 서해로 흘러간다는데, 서해는 결국 태평 양에 이를 것이다. 양평 묘골 마을에서 태어나 배 우고 가르치고 배움을 통해서, 세 계정세를 터득하고 세계 속에 조 선이라는 조국을 가슴앓이하며 62년을 살다간 구한말~대일항쟁 기~해방정국 속의 건장한 미남의 이야기. 양평-서울-남경-상해-도쿄-상 해-마닐라-서대문감옥-대전감 옥-서울 계동-일장기 말소사건- 조선중앙일보 폐간-해방과 암살 에 의한 희생. 몽양이 좋은 시대를 타고 났다 면, 남한강에서 낚시를 즐기며 음 풍농월하지 않았겠는지? 광복된 땅에서 동포의 손에 암살된 데에 는 음모와 모략과 보이지 않는 검 은 손의 무엇이 있지 않았을까? 몽양이 열한번의 테러를 당하고 끝내 1947년 7월 17일 암살된 일 을 두물머리는 아는지 모르는지, 말없이 흐르고 있다. 강줄기를 보 며 흐름의 역사를 생각한다. 서울 출생. 이화여자대 학교 국어국문학과를 나 와 교육대학원에서 국어 교육을 전공했으며, 월간 『시문학』으로 시,『서울문 학』에 수필로 등단했다. 한국시문학문회 이사, 한 국현대시인협회 회원, 국제 펜클럽 한국본부 국제 협력위원으로 있다. 문단에 나와 시와 수필. 평론 등을 쓰며 문학의 지평을 넓혀왔다. 최근 역사 유적 지 여행을 정리한 『독립운동가 숨을 만나다』 1, 2, 3을 발간했다. 필자 강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