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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1 - 김광동 위원장은 “조사의 한계와 자료의 한계가 동일한 말 같다”고 했다.야당 추천 이 상훈 상임위원은 “1기 진실화해위에서 태안 사건 진실규명 받은 분들이 배상소송할 때 법원에서도 신원기록심사보고서를 못 믿겠다고 했는데, 이렇게 한계가 있는 주석을 달면 서까지 굳이 왜 보고서에 넣으려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여당 추천 이옥남 상임위원은 “(신원기록심사보고서에 나온) 부역혐의에 대해서는 신뢰 성이 없고, 희생 사실만 신뢰성이 있냐. 왜 특정 부분만 받아들이냐”고 말했다.이번 진실 규명 보고서에 인용된 1980년 서산경찰서의 ‘신원기록심사보고’는 ‘심사기준표’에 따라 대상자들을 갑종·을종·병종으로 나눈 뒤, 각각 1-7(악질 부역등에 가담 사살 또는 처형된 자), 2-10(부역 후 월북), 3-8(부역 사실 불확실) 등의 코드로 분류했다. 명단에 기록된 2499명 중 1-7이 1473명으로 가장 많다. 대상자 중 무려 59%에 이르 는 1473명이 악질부역자로 판정돼 재판 없이 사살 또는 처형했다는 뜻인데, ‘악질 부역’ 등과 관련해 뒷받침할 만한 설명이나 근거는 전혀 없다. 결국 61차 전체위에서 마지막으 로 타협을 본 주석 문안은 이러했다. “신원기록심사 보고서는 진실규명 대상자의 희생 시기 및 희생 이유를 규명하는 데 다 소 한계가 있다.” 다소 한계가 있는 게 아니라, 앞서 밝힌 것처럼 전혀 근거가 없다. 그 럼에도 근거가 없는 부역 등급을 주석을 달아서라도 넣어야 하는 이유가 김광동 위원장 에게는 있어 보인다. 지난 5월25일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부역 혐의 희생자 중 부역자를 세심하게 살피겠 다”는 말을 실천에 옮기는 일이기 때문이다. 국가폭력으로 인생이 파괴된 희생자들에게 어떻게든 부역의 굴레를 씌우는 게 ‘진실화해위 위원장 김광동’의 정체성처럼 보인 다.1980년 5월 광주민주화운동을 무력 진압한 전두환 신군부는 8월부터 4만여명의 시민 을 영장없이 체포해 전국의 군부대에 설치된 삼청교육대에 수용한다. 사회 전체에 최고조의 공포 분위기가 조성된 가운데 9월1일부터는 내무부 치안국 정보 과로부터 전국 각 경찰서에 ‘신원기록일제정비계획’ 지침이 하달된다. 내란을 일으킨 헌 정 파괴세력이 전 국민을 물샐틈없이 통제하기 위해 ‘신원이상자’로 분류돼 온 사람들의 사찰 기록을 최종 정비하려는 작업이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서산경찰서의 ’신원기록심사 보고’가 43년 뒤 과거의 인권유린 사건을 규명하려 설립된 국가기관에서 위력을 발휘하 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