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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 향 민 의 애 환과 이 산 가족 상봉 이 야 기 47 처자식 찾아 중국서 42일 간 체류 / 끝내 생사조차 확인 못하고 발 길 돌려 / 함남도민회 한마당잔치에서 만난 사람 “이제 여기서 여한없이 살았지만 죽기 전에 북에 두고온 처자식들 얼굴을 단 한번이라도 보는 게 소원입니다.” 지난 17일 청호초등학교에서 열린 ‘함남가족 한마당잔치’에서 만 난 일흔 나이의 한 어른의 사연은 분단을 사는 실향민의 아픔을 다 시금 절감하게 했다. 실향민들이 집단으로 거주하는 청호동에서 50평생을 살아온 이 어른은 죽기 전에 한번이라도 북에 두고온 처자식을 만나는 소원이 다. 경수로가 들어서는 함경남도 북청군 신포읍이 고향인 그는 6.25 난리통에 고향 신포에 처와 두 살박이 어린 딸, 동생을 남겨두고 홀 몸으로 월남했다. 중국을 통해 북에 두고 온 가족들과 상봉을 하는 경우가 더러 있 다는 이야기를 들은 그는 북에 살고 있을 가족을 찾으러 중국 연길 까지 갔다 왔지만 허사였다. 통일원에 이산가족 접촉 신청서를 내놓 고, 노구를 이끌고 낯설고 험한 중국에서 지난 7월 15일부터 42일 동안 머물면서 수소문했지만 가족의 생사조차 확인하지 못하고 발길 을 돌려야 했다. 중국 연길에서 북한에 드나드는 장사꾼에게 의뢰해 고향의 가족 들을 찾아달라고 부탁했으나 주소가 확실하지 않아 찾을 수 없다는 이야기만 들었다. 50년이 지나 예전의 주소만으로는 사람을 찾을 수 가 없고, 조선족 장사꾼이라 해도 마음놓고 사람을 수소문해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결국 낯설고 음식조차 맞지 않은 곳에서 더 이상 머물러 있을 수 없어 발길을 돌렸다. 그러나 고향사람들이 한마당잔치를 여는 추 석 다음날 아침에도 중국과 통화를 했다며, 그는 아직도 고향의 가족 을 찾는데 미련을 버리지 않고 있다. 압록강에서 국경감시의 눈을 피해 몰래 상봉하는 이산가족 이야 기가 TV에 방영된 이후 국경감시가 더욱 강화되고 있다는 중국현 지 소식에 앞으로 북의 가족을 찾기가 더욱 어려워질까 걱정이 태 산이다. 함남 신포까지는 속초에서 1천리. 길이라도 뚫렸다면 한나절 거 리를 멀리 중국까지 돌아가 문을 두드렸지만 분단의 문은 열릴 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