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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분단과 독재의 시대에 맞선 한 밤중의 횃불로 타올라 그 이름 늦봄 문익환님이시여. 오로지 당신은 조국과 겨레가하나됨을 위하여 온몸의 세월을 다 바쳤으니 당신의 이름은 어느덧 겨레의 가슴이 되어 이윽고 먼동 트는 아침으로 열리고 있거니 어찌 날으는 새인들 당신께서 누워계신 이 곳을 그저 지나치리오. 어찌 내달리는 짐승인들 이 곳을 나 몰라라 하리오. 돌이켜 보건데 당신은 그 누구보다 청정한 신상의 목사이면서 결코 목사만으로 멈추지 않고 그 누구보다 저녁노을의 붉은 빛 눈부신 시인이었으되 시인만으로 끝내지 않았으며 당신은 그 누구보다 앞장 선 모습의 싸움으로 하여금 이윽고 민족통일의 선구자였나니 거기 뒤에 처지는 동지와 형제 자매를 일으켜 함께 어깨동무를 마다하지 않았으니 그 어드메에 내가 있고 남이 있었으랴. 한 번 뜻을 세우면 그토록 겸허한 아름다움조차 무릅쓰고 떨쳐 일어나 우리 모두 더불어 나아가자고 이끌었던 그 엄청난 열정으로 조국 삼천리 방방곡곡 온 세계에 널린 동모를 마음 가득히 부여안은 산인양 높은 의로움이었고 바다인 양 끝간데 모를 사랑이었으니 마침내 늦봄 문익환이라는 이름이면 세상의 잠을 깨울 새벽이었고 하루의 수로를 다한 들녁의 축복이 아닐 수 없었으니 당신이야말로 당신을 박해한 자 마저도 한 핏줄로 여겨 받아들임으로 당신에게는 언제나 하나가 곧 일체요 그 일체가 당신 하나 아니고 무엇이리오. 여기 잠들어 계시건만 당신의 이름은 조국과 칠천만 겨례의 역사가 이어지는 만년토록 나날이 새로운 이름으로 열쳐 일어나 새로운 이 세상을 위한 수호의 화신일진저 아아 겨례의 문익환님이시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