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page

92 여성독립운동사 자료총서 (3·1운동 편) 붙들려간 다른 여자의 집에 가서 그 어머니를 위로해 주고 있었다. 여기에 경관이 들이닥쳐 그 여자에게 만세를 불렀느냐고 물었다. 그 여자가 불렀다고 하자 경관은 업고 있던 어린애를 떼어놓게 하고 경찰서로 끌고 갔다. 그 여자가 경찰서로 들어가자 한 사람이 뒤에서 세게 차는 바람에 그 여자는 방바닥에 엎어졌다. 엎어져 있는 그 여자에게 순경이 발로 목을 밟았고 그리고는 다시 일으켜 계속 때렸다. 옷을 벗으라고 했다. 그 여자가 망설이자 경찰이 발로 차고 괭이와 몽둥이를 들면서 ‘너는 선생이지, 애들에게 반일감정을 일으키게 한 선생이니 때려서 죽일 작정이다’ 순경은 그 여자의 속옷을 찢어서 벗겼다. 그래도 찢어진 옷을 붙들고 벌거숭이 몸을 가리려 했다. 그것마저 빼앗아 찢어버렸다. 그 여자가 앉으려 하자 강제로 일으켰다. 그 여자는 벽으로 돌아서서 뭇사내들의 시선을 피하려 하였다. 다시 그 여자를 강제로 돌려세웠다. 그 여자가 손으로 몸을 가리려 하자 한 사람이 손을 비틀어 뒤로 돌려잡고 매질과 발길질을 계속했다. 그 여자는 몹시 몸을 다쳐 마루에 넘어질 지경이었으나 다시 잡아 세우고 매질을 계속했다. 그런 후에 다른 방으로 보냈다. 나중에 그 여자는 다른 여자들과 함께 사무실로 불려갔다. 경찰이 물었다. ‘만세를 부르면 어떻게 되는지 이제 알았나? 그런 짓을 감히 다시 하면 알지?” 54 미국기독교연합회가 조사하여 미국상원에 제출한 3·1운동 조사보고서에 수록된, 어떤 여학생이 경찰에서 받은 악형은 다음과 같았다. “시위운동에 뛰어들어 덕수궁 앞에 다다랐을 때 일본순사가 달려들어 머리를 휘어잡아 낚아채 넘어뜨린 다음 사정없이 발길질을 하여 나는 기절했다. 그리고 머리를 잡혀 종로서까지 끌려갔을 때 20여 명의 순사가 달려들어 발길로 차고 뺨을 때리고 칼로 찌르고 해서 나는 인사불성이 되고 말았다. 내가 맞는지 남이 맞는지 헤아릴 수 없었으며, 사지에서 피가 흐르고 전신에는 청점(靑點)이 생겼다. 감옥에 끌려가서 또 같은 매질을 받고 방 한구석으로 던져졌다. 그 뒤에 내 기억은 없어졌다. 눈을 떠보니 다수의 남녀가 방에 있었다. 그들의 심문 방법을 말할 기분조차 없다. 두 발을 붙들어 매놓고 모진 매질을 하고 사람으로서 차마 견딜 수 없는 조롱을 한다. 그리고 손가락을 잡아매고 낚아채서 앞으로 거꾸러지면 호령 호령 하여 또 꿇어앉히고(중략) 난타를 가하면서 ‘네가 독립을 하고 싶단 말이냐. 독립은 감옥 속에 있다. 네 목숨은 이 칼 한 자루에 있어’ 하면서 머리를 잡아 흔들고 귀를 잡아 끌고 그래도 부족하던지 큰 몽둥이로 머리를 쳤다. 까무러쳤다가 다시 정신이 들어 방으로 기어들어가면 54 F, A, 멕켄지 저, 이광린 역, 앞의 책, 1969, 214-21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