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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제가 열리는 날 합천 이씨의 선조는 산중의 갚은 침묵을 깨고 전국 각지에서 찾아온 수많은 문중 후손들을 맞이하게 되었다. 하나의 집안에 서 후손이 후손을 낳고 번창하여 수많은 분파 문중을 이룩하기까지 쌓인 시간의 무게를 눈으로 확인해 볼 수 있는 자리이다. 또 후손들에게는 가 문을 이어 내려온 선조를 볍고 자신의 뿌리를 확인할 수 있는 자리이다. 그래서 은혜와 감사의 마음이 충만한 자리인 시제가 상례(喪禮)와는 구 분되어 흉이 아닌 길사(吉事)로 여겨져 왔던 것이다. <이개 강양군 묘소와 묘비(서편) ) <이개 강양군 묘비(동편) ) • 분정 묘소에 도착한 참례자는 입구에 배치된 방명록에 이름을 적고 이름표 를 목에 걸었다. 전통 시제에서는 이러한 방명록을 시도기(時到記)라고 도 불렀다. 시도기는 ‘때에 도착하다’ ‘때에 도착한 사실을 적어놓은 기 록’이라는 뜻이다. 문중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긴 하지만 시도기에는 주로 시제에 참석한 사람들의 명단 부조금 등을 기록해둔다. 1부 제의례 I 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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