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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장 민주화운동  시기의  안동정치 357 1편 정치 민주정치 제도와 이념이 장기간에 걸쳐 체계적으로 형성되었다. 그와 반대로 한국은 서구로부터 민주적 이념과 제도를 먼저 수용 한 후, 정치 현실을 그에 끼워 맞추어가는 식으로 정치발전이 진 행된 것이다. 민주주의를 이상적 지향점으로 삼은 운동과 개혁은 해방 이후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일어났다. 이를 반영하듯, 한국 의 민주화 과정에 대한 연구와 평가들은 민주화 운동이 지향한 이념‧가치‧목적을 주로 주목한다. 그리하여 민주화를 주도하거 나 선도한 세력을 연구할 경우에는 야당이나 재야의 유력한 정치 지도자나 지식인 학생운동조직이 추구한 이상적 가치와 이념적 방향을 문제 삼는다. 그런데 이념이나 세력이 아닌 지역의 관점에서 볼 때, 지향하는 이념이든 주도하는 세력이든 이들이 존재하는 공간은 한국사회 에서는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지역으로 미리 국한되어 있 다. 이러한 방법은 공정하지도 않고, 충분하지도 못하다. 역사 를 서술하는 경우에 무엇을 포함시키고 어떤 부분을 강조하느냐 하는 서술체계의 원칙은 서술하는 사람의 의도와 상관없이 결과 적으로 정치적‧도덕적 의미를 지니게 된다. 아무리 객관적이고 중립적으로 서술한다 하더라도 서술하는 사건이나 인물 자체가 이미 수도권에 한정되어 있다면 처음부터 지방적‧전국적인 평 가가 불가능함으로써,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편향되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 민주화의 역사를 보면, 수도권보다는 오히려 지방 의 자율적인 사회운동이 언제나 변화의 촉매 구실을 했다. 1946년 대구에서 발생하여 전국적으로 비화된 10‧1사건은 해방 이후 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