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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공을 향해 우뚝 솟은 지리산 영봉의 한자락이 경호강 맑은 물과 한데 어울려 이룩한 수려한 고장. 봄이면 민들레, 가을이면 오색단풍이 온 산야를 곱게 수놓았던 평화로운 이 터에 피비린내 나는 참극이 닥쳐올 줄이야 어찌 상상인들 하였으랴! 1948년 여수-순천에서 반란을 일으켰던 붉은 폭도들은 6·25 동란이 터지자 공산침략군과 한 무리가 되어 약탈,방화,살인의 갖은 만행을 다 저질렀다. 이에 애국심에 불타는 이곳 젊은이들은 향토수호의 기치를 높이 들고 불굴의 용기로 붉은 무리 섬멸의 선봉에 섰다. 찌는 듯한 삼복더위나 눈보라 몰아치는 엄동설한에도 어느 깊은 골짜기에서 혹은 어느 험한 산등성이에서 무리들과 맞서 이 고장을 피로써 지켜냈다. 그러던 중 오호! 슬프도다. 여기 임들은 흉탄에 쓰러져 불귀의 객이 되었으니 그 거룩한 넋은 아직도 우리들 가슴속에 깊이 살아 있도다. 임들의 그 뜨거운 피는 이 고장 어느 곳 한줌의 흙, 한포기의 풀뿌리에도 아니 스민 곳이 없도다. 하늘도 감동할 임들의 공적을 뉘라서 어찌 꿈엔들 잊으랴! 생각할수록 숙연한 마음과 가슴을 저미는 이 아픔을 못내 참을 길 없도다. 가신 임들이여! 지금도 이 고장 수호신되어 정들었던 이 산하를 맴도는 영령이시여! 임들의 그 고귀한 이름은 저 청천의 해와 같이 찬란히 빛나리다. 임들의 그 거룩한 뜻은 저 하늘의 별과 같이 억겁을 두고 영원하여라. 여기 그 거룩한 이름새겨 길이 후손에 전하리라. 영령이시여! 부디 명복을 누리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