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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7 강 _ 나혜석의 문학과 미술 이어 읽기 | 133 그런가 하면 갑자기 수십 년 뒤로 물러간 듯 고대소설의 문투로 구여성의 비극을 그린 「규원」의 모두에서도 광선이 함께한 묘사는 생동감의 극치를 이루어 이 글의 필자가 화가 라는 것을 실감하게 한다 . 앵두는 물에 젖어 반투명체가 되어 있고 그 붉은빛은 광선에 반 사되어 기름 윤이 흐르게 번쩍번쩍한다고 묘사하고 있다 . 실로 빛의 발견이 아닐 수 없다 . 1918 년 발표한 나혜석의 시 「광」은 근대의 계몽적인 의미나 , 돌아간 약혼자 최승구에 대한 그리움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읽혀왔으나 이 시는 화가 나혜석이 바로 빛의 발견을 노래한 것이다 . 51 ) 이 시 「광」은 나혜석이 쓴 최초의 시이자 , 미술학도 나혜석이 그 림에서 빛의 중요성을 깊이 인식하고 쓴 시이다 . 빛에게 “아무것도 모르고 자는 나를 깨운 이상에는 내게 불이 일어나도록 뜨겁게 만들라”고 부르짖고 이것은 빛의 사명이자 화가 인 나의 직분이다 , 라고 다짐한 노래로 그가 빛에 대하여 얼마나 절실하게 느끼고 있었는 지 알 수 있게 하며 이 빛은 화자의 머리맡에 와서 좋은 음악을 불렀었다는 대목에서 “색 은 음 혹은 음조와 같다 . 빛깔이 바로 음조이다 . ”라는 후기인상파의 아포리즘을 충분히 알고 있었음을 증명해주기도 한다 . 51 ) 이 논문을 발표한 제 11 회 나혜석 바로알기 학술대회에서 토론을 맡아준 송명희는 학술대회가 끝난 후 이 시 「광」의 존재를 일깨워주고 토론에서 보인 주장과 달리 나혜석의 미술관이 후기인상파라는 것을 확실히 보여주는 작품이라는 의견도 덧붙여 주었다 . 그는 벌써 와서 내 옆에 앉았었으나 나는 눈을 뜨지 못하였다 . 아아 ! 어쩌면 그렇게 잠이 깊이 들었었는지 ! 그가 왔을 때에는 나는 熟睡 중이었다 . 그는 좋은 음악을 내 머리맡에서 불렀었으나 나는 조금도 몰랐었다 . 이렇게 귀중한 밤을 수없이 그냥 보내었구나 . 아아 , 왜 진시 그를 보지 못하였는가 . 아아 , 빛아 ! 빛아 ! 정화를 키어라 . 언제까지든지 내 옆에 있어다오 . 아아 , 빛아 ! 빛아 ! 마찰을 시켜라 아무것도 모르고 자는 나를 깨운 이상에는 내게 불이 일어나도록 뜨겁게 만들어라 . 이것이 깨워준 너의 사명이요 깨인 나의 직분일다 아 ! 빛아 ! 내 옆에 있는 빛아 ! 나혜석 , 「光」 ( 밑줄 인용자 ) 『여자계』 , 1918 . 3 , 『전집』 , 197 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