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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 수원박물관 제 16 기 박물관 대학 근대 수원과 수원사람들 3 ) 나혜석의 글에서 찾아본 빛이 함께한 색채 이제 색채를 살펴보기로 한다 . 나혜석의 글에서 찾아볼 수 있는 나혜석의 색채는 어떤 것이 있을까 ? 이들 색채를 통해서 나혜석의 미술을 느껴볼 수는 없을까 ? 고흐의 경우처럼 나혜석도 글에서 나혜석 미술의 진정한 표상을 찾아낼 수는 없을까 . 우선 단편 「경희」와 「규원」의 묘사를 잠깐 보자 . 새벽닭이 새날을 고한다. 까맣던 밤이 백색으로 활짝 열린다. 동창의 장지 한 편이 차 차 밝아오며 모기장 한 끝으로부터 점점 연두색을 물들인다.49 ) (「경희」) 마루에는 어린애의 기저귀가 두어 개 늘어 놓여 있고 물주전자가 놓여 있으며 물찌끼 가 조금씩 남아 있는 공기가 서너 개 널려 있다. 또 거기에는 앵두 씨가 여기저기 떨어져 있고 큰 유리 화 대접에 반도 채 못 담겨 있는 앵두는 물에 젖어 반투명체(半透明體)로 연연하게 곱고 붉은 빛이 광선(光線)에 반사되어 기름 윤이 흐르게 번쩍번쩍한다.50 ) (「규원」) 이 두 묘사에서 두드러지는 것은 광선과 색채의 등장이다 . 「경희」에 나오는 묘사는 날이 밝아오는 것을 까만색 , 백색 , 연두색의 대조적인 색채로 그리고 있다 . “모기장 한끝으로부 터 점점 연두색을 물들인다 . ”는 묘사는 참으로 신선하다 . 연두색이 이처럼 신선하게 느껴 지는 것은 빛이 함께하고 있기 때문이다 . 모기장 한끝으로부터 연두색을 물들이는 것은 광 선이련만 연두색만 눈앞에 클로즈업되는 문장이다 . 빛을 받아 점점 연두색을 물들이는 역 동성을 지녔기에 연두색은 살아 있다 . 까맣던 밤이 백색으로 열린다고 한 표현도 마찬가지 이다 . 빛이 함께 하고 있는 색채 , 즉 색채만이 아니라 광선이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 49 ) 나혜석 , 「경희」 , 『여자계』 , 1918 . 3 , 『전집』 , 115 쪽 . 50 ) 나혜석 , 「규원」 , 『신가정』 창간호 , 1921 , 『전집』 , 128 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