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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 수원박물관 제 16 기 박물관 대학 근대 수원과 수원사람들 때에 제 눈을 빼어버리고도 싶고 제 머리를 뚜드려 받히고도 싶다 . ”고 미술학도의 자세로 돌아온다 . 미술학도 경희는 자기가 알고 있는 것보다도 미술의 세계가 요구하는 재질 , 즉 천재성이 얼마나 대단하고 중요한지를 알고 있기에 절망을 느끼기도 한다 . 16 ) 여기에서 그 러나 그것은 미술가가 되기 위한 나혜석의 열정을 표현한 것이기에 이렇게 격정을 보이던 경희는 곧 그런 생각 모두가 “재미도 스럽다”고 할 수가 있었다 . 「경희」에서 앞의 장면에 이어 미술적 시각이 이어 드러나는 곳이 다락 벽장 소제 장면 이다 . 경희는 방학이 되어 집에 오는 때마다 다락 벽장 소제를 하는데 서울 학교에 있을 때와 일본에서 왔을 때가 대조적으로 그려져 있다 . 일본에서 돌아온 미술학교 학생 경희 의 다락 벽장 소제 방법은 서울 학교에 다닐 때와 달리 건조적이고 , 응용적이라 전혀 다르 다는 기술이다 . 여기에서 가정학 , 위생학 , 도화시간 , 음악시간이 등장하나 이것이 곧 미술 학교의 수학 과목은 아니다 . 17 ) 그러나 서울에서 학교 다닐 때와는 다르게 청소를 한다고 대조적으로 쓰고 있으므로 미술학교에서 배운 ‘방법’을 소제할 때 적용하고 있다고 보아 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 곧 청소와 정리 등 , 일을 하면서 색채와 구도 등 미술지식을 응용 하는 일이다 . 그런데 이번 경희의 소제방법은 전과는 전혀 다르다. 전에 경희의 소제 방법은 기계적 이었다. 동쪽에 놓았던 제기며 서쪽 벽에 걸린 표주박을 쓸고 문질러서는 그 놓았던 자 리에 그대로 놓을 줄만 알았다. 그래서 있던 거미줄만 없고 쌓였던 먼지만 털면 이것이 소제인 줄 알았다. 그러나 이번은 다르다. 건조적이고 응용적이다. 가정학에서 배운 질 서, 위생학에서 배운 정리, 또 도화시간에 배운 색과 색의 조화, 음악시간에 배운 장단의 16 ) 각주 5 참조 . 나혜석이 「이상적 부인」에서 숭배하는 인물로 쓴 요사노 아키코는 잡지 『묘조 ( 明星 ) 』를 창간한 요사 노 텟칸이 남편이며 『묘조』는 나혜석이 영향을 받았다고 한 고바야시 만고 ( 小林萬吾 ) 의 미술학교 선생 구로다 세 이키 ( 黑田淸輝 ) 가 창설한 하쿠바카이 ( 白馬會 , 1896 ) 와 연계해서 문학미술 잡지를 표방한 편집으로 큰 특징을 나 타내고 있었다 . 나혜석과 『시라카바 ( 白樺 ) 』 , 『묘조』 , 『세이토 ( 靑 鞜 ) 』의 영향관계는 고를 따로 하여 밝혀볼 필요가 있다 . 17 ) 윤범모 교수의 『화가 나혜석』에 제시된 나혜석의 학적부에는 가사 과목은 있으나 가정학 , 위생학 과목은 없다 . 그림도 목탄화 , 유화 , 용기화 , 국화 등으로 세분되어 있다 . 현암사 , 2005 , 125 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