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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7 강 _ 나혜석의 문학과 미술 이어 읽기 | 121 지금까지 살펴온 것처럼 작품 「경희」의 주인공 경희는 일본의 여자미술학교 학생인데 15 ) 나혜석이 이 작품을 써서 발표한 1918 년은 미술학교를 졸업한 해이다 . 나혜석은 이 글이 발표될 무렵인 1918 년 3 월 도쿄 여자미술학교를 졸업하고 4 월에 귀국한다 . 그러므로 나 혜석은 이때 경희를 통하여 자신의 미술관을 펼쳐 보일만한 미술지식이나 식견을 어느 정 도 갖추고 있었다 . 경희가 밀짚을 아궁이에 지피며 불빛에서 음률을 연상하는 것으로 쓴 것은 미술학교 졸업생인 나혜석이 자신의 미술관의 일단을 주인공 경희를 통해 펼쳐 보인 것이었다 . 그런데 경희는 왜 이러한 미감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으로 시월이를 말하였을 까 ? 여기에서 또 하나 작품 「경희」를 연구해온 연구자가 놓친 부분이 있는데 그것은 시월이 에 대한 것이다 . 단편 「경희」에는 올케도 나오고 , 사돈마님 , 경희 어머니 , 경희 아버지 , 떡 장수 , 수남 어머니 , 한 걸음 나아가서 동생도 나오지만 경희가 함께 대화하면서 이야기를 끌어가는 동반자는 시월이라는 사실이다 . 시월이는 경희네 집 하인이라는 인물에서 그치 는 것이 아니라 경희의 당당한 대화자다 . 시월이는 점동이까지 낳은 하인이지만 경희가 조카보다도 더 좋은 장난감을 점동이에게 사다줄 만큼 가깝게 생각하는 식구였고 아마도 나이 차이도 별로 나지 않아 경희와 시월이는 상전과 하인 관계를 넘어 친구와도 같은 관 계였을 것이다 . 그래서 경희는 “ ( 풀을 ) 열심히 젓고 앉은 시월이는 이러한 재미스러운 것 을 모르겠구나 하고 제 생각을 하다가 저는 조금이라도 이 묘한 미감을 느낄 줄 아는 것이 얼마큼 행복하다고도 생각”하는 등 시월이를 자신의 동격 대화자로 놓고 있다 . 고대소설 에서 여주인공의 대화자는 항용 가까운 몸종인 것을 무수히 보아온 우리이다 . 시월이는 소설에서 내내 경희의 곁에 등장하고 있으며 경희의 생각과 행동을 지켜보며 반응한다 . 이 시월이에 대한 비중을 그동안 너무 가볍게 보아온 것도 우리가 「경희」를 잘못 읽게 된 원인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 시월이보다 행복하다는 생각을 하던 경희는 지금 시월이보다 행복하다는 생각으로 만 족을 할 때가 아니다 , “문득 저보다 몇 십 백배 묘한 미감을 느끼는 자가 있으려니 생각할 15 ) 당시 미술학교에는 여학생이 입학할 수 없었으므로 여자미술학교 학생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