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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 수원박물관 제 16 기 박물관 대학 근대 수원과 수원사람들 아래에서는 밀짚의 탁탁 튀는 소리, 마치 경희가 동경음악학교 연주회석에서 듣던 관현 악주 소리 같기도 하다. 또 아궁이 저 속에서 밀짚 끝에 불이 당기며 점점 불빛이 강하고 번지는 동시에 차차 아궁이까지 가까워지자 또 점점 불꽃이 약해져 가는 것은 마치 피아 노 저 끝에서 이 끝까지 칠 때에 붕붕하던 것이 점점 띵띵하도록 되는 음률과 같이 보인 다. (밑줄 인용자)12 ) 이 인용문을 보면 분명히 작가 나혜석은 “색은 음 혹은 음조와 같다 . 빛깔이 바로 음조 이다 . ”라는 말을 알고 있었다고 보인다 . 나혜석은 빛깔이 곧 음조임을 알았기에 위와 같 이 쓴 것이다 . 다만 위의 대목을 돌연히 제시하고 있기 때문에 동경음악학교 연주회석에 서 들은 관현악주 소리와 여학생 경희가 음악시간에 배운 피아노 음률 자랑을 하느라고 불을 때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것으로 느끼기 쉬웠다 . 여기서 잠시 생각해야 할 것이 지금까지 나혜석의 대표작 「경희」 연구자들이 경희의 신 분에 대해 분명한 인식을 갖지 못해온 사실이다 . 주인공인 여학생 경희를 신교육을 받은 신여성으로 보았을망정 그가 일본 유학생이라는 사실 위에 전문학교 수준의 유학생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한 것이다 . 그것은 바로 불꽃을 보고 음률을 연상한 ‘미숙한 행동’ 때문이었을 것이다 . 그러나 불빛의 변화무쌍한 변화를 보고 음률을 떠올리는 것이 바로 인상파가 생명을 걸고 추구하는 방법에서 나온 것이 분명하다면 미술학도인 작가 나혜석 은 「경희」의 주인공 경희가 ‘일본 유학 중인 여학생’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일본 유학 중 인 미술학교 학생’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 13 ) 인상파의 기법을 구사한 고바야시 만고 ( 小林萬吾 ) 에게서 가장 많이 배웠다 , 나의 그림은 후기인상파와 자연파의 영향이 많다고 말하고 있는 나혜석이 아닌가 . 구미여행 이전까지 그린 나혜석의 유화에는 인상주의와 아 카데미즘의 절충된 경향이 나타난다고 한다 . 14 ) 12 ) 나혜석 , 「경희」 , 『여자계』 , 1918 . 3 , 『전집』 , 108 쪽 . 이하 인용문 현대문으로 바꿈 . 13 ) 안숙원은 이 여학생이 유학생이라는 것만 있지 무엇을 전공하는지가 제시되지 않고 있다 , 라고 쓰고 있다 . 안숙 원 , 앞의 논문 , 3 ~ 86쪽 . 14 ) 안나원 , 「나혜석의 회화연구-나혜석의 회화와 페미니즘 관계를 중심으로」 ,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미술사학과 석사학위 논문 , 1998 , 36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