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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님들의 고귀한 넋들이 잠들고 있습니다. 이 고장 호남의 동쪽 깊은 마을 아무도 돌아보지 않는 땅이었습니다. 물 맑고 하늘빛 고운 깨끗한 땅이지만 이골 사람들의 삶은 세상 사람들의 관심 밖이었습니다. 아름답고 깨끗한 산수처럼 착하디 착한 이골 사람들이었지만 옛부터 탐관오리의 학정이나 식민지 시대의 수탈 독재 정권의 못된 지역 차별화 정책에 시달리다 못하여 정치라고는 조금도 모르던 이런 백성들도 이심전심 백성이 주인되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소원이었습니다. 민심은 천심이라던가. 1987년 6월 민중 항쟁의 결과 혹독한 독재정권도 국민의 노도와 같은 민주화 요구에 굴복하고 마침내 대통령 직선제를 받아드리게 되었습니다. 이것은 산 속 깊은 마을 이골 백성들에게도 커다란 희망이었습니다. 누구나 이제는 참으로 백성이 주인되는 세상이 찾아오려니 싶었습니다. 더구나 민주화의 상징인 김대중 선생이 오랜 박해의 굴레를 벗고 대통령 후보로 나섰으므로 더욱 희망에 부풀어 있었습니다. 님들은 막연히 좋은 세상되는 것을 바라지만은 않고 그런 세상이 빨리오도록 참여하고 투쟁하는 대열에 서서 열심히 노력하셨습니다. 아! 그러나 슬프도다. 그렇게 바라던 민주화의 결실을 채 보기도 전에 님들은 그만 유명을 달리하고 말았습니다. 그것도 님들이 그렇게 갈망하던 김대중 선생의 연설을 듣고자 먼 길을 마다않고 왕래하던 중에 그만 뜻하지 아니한 사고로 유명을 달리하였음에 더욱 가슴이 아픔니다. 그러나 엄연한 생과 사를 어이하겠습니까. 님들의 깊은 뜻이 앞으로의 세월에 드러나 이제는 서름의 삶 부당한 대우가 없는 백성이 주인된 참된 민주국가 신명나는 세상 대화 합의 시대가 이룩될 것임을 굳게 믿습니다. 먼저 가신 님들의 뜻에 어긋나지 않도록 남은 우리들 모두 힘을 다하여 민주 복지국가 건설에 노력할 것을 다짐합니다. 거룩한 님들의 넋들이시어. 고히 잠드소서. 글 지은이 진안시보발행인 최규영 글쓴이 이은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