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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8 기어서 우리한테로 접근해 오는 누더기를 걸친 의병의 모습이 우리들 눈에 보이기 시작했 다. 몇 명이 전진을 하고 있는 동안 나머지는 총으로 우리를 조준하고 있었다. 잠시 후 20여 명이 우리와 가까운 지점에서 지면으로부터 몸을 일으켰다. 그들의 선두에는 서양식 장교복을 입은 젊은이가 서 있었다. 우리 일행이 그 자리에 서서 기다리고 있는 동안 그 들은 우리에게로 달려왔다. 결국 그들은 내가 누구라는 것 을 알고는 그들의 실수에 대하 여 정중하게 사과를 하였다. “당신이 바로 그때 소리를 지른 것은 참 다행이었습니다.” 라고 얼굴이 못생긴 의병이 탄약통을 주머니에다 넣으면서 말했다. “나는 조준을 끝내고 발사하려는 참이었습니다.” 이 사람들 중에 몇은 14~16세 정도밖에 안 된 소년이었다. 나는 그들을 한 군데 서게 하고 사진을 찍었다. 다음 페이지에 있는 사진을 보면 말로 백 마디 설명하는 것보다 그 들의 모습이 어떻게 생겼다는 것을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점심때에는 의병들이 전날 다 퇴각해 버렸다는 지점에 도착했다. 의병들은 그 마을 사람 들이 그들의 정체를 일본군에게 폭로했다고 생각했으므로 주민들에게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 마을 사람들은 나에게 이야기의 자초지종을 털어놓았다. 20명가량의 일본 군인이 그 전날 아침 그 마을을 급습하여 이곳에 있는 2백 명의 의병을 공격하였다. 1명 의 일본 군인이 팔에 찰과상을 입었고 5명의 의병이 부상을 입었다는 것이다. 5명 중에서 3명이 도망을 했는데, 이 사람들이 바로 그날 아침에 내가 치료해 준 부상병이었던 것이 다. 그리고 나머지 2명 중 하나는 뺨에 총탄을 맞아 중상을 입었고, 다른 하나는 오른쪽 어깨에 총탄을 맞아 도망가지 못했던 것이다. 마을 사람들의 한 말을 그대로 옮기면, “일본군이 이들 부상병에게 다가왔을 때 그들은 너무나 상처가 심해서 말을 할 수가 없었 고 다만 금수같이 괴상한 비명만 지를 뿐이었습니다. 그들은 손에 무기도 없었으며 흐르 는 피는 땅을 적셨습니다. 일본군은 그들의 비명소리를 듣고 다가가 총검으로 부상병들이 완전히 죽을 때까지 찌르고 또 찔렀습니다. 문자 그대로 그들의 몸을 조각조각을 낸 것입 니다. 우리는 시체를 주워 모아 묻어 주었습니다.” 이런 얘기를 하면서 그들이 지어 보이는 그 의미심장한 얼굴 표정은 총검으로 찌르는 그 장면이 얼마나 잔인했던가를 백만 마디의 말보다 더 잘 말해 주고 있었다. 이런 일이 단편적인 사건이라면 구태여 내가 말할 필요가 없겠으나, 나에게 들려오는 모 든 것이 부상당하거나 항복한 의병들을 일본군이 여러 차례 이러한 조직적인 방법으로 참 살해 버렸다는 사실을 증명해 주었다. 모든 경우에 다 그랬다는 것은 아니나, 그런 경우가 많았던 것은 분명했다. 이러한 사실 은 일본인의 전황 보고에 있어서 의병의 전사자가 그렇게 많은 데 비하여 부상자나 포로 가 하나도 없었다는 것을 보아도 확인할 수가 있는 것이었다. 또 한 가지를 더 이야기해 보기로 하자. 일본군은 집을 불태워 버리는 것은 물론 의병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