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5page

465 불을 붙여 들고 있었으며, 앞에 뿔로 만든 탄약통과 장전하는 데 사용하는 탄약 주머니를 차고 있었다. 내가 나중에 안 일이지만 이 사냥총은 흔히 볼 수 있는 무기였다. 탄약 재 는 데 쓰는 탄약 꽂을대는 나무로 만든 수공품이었고 총신(銃身)은 녹이 슬어 있었고 멜 빵은 헝겊조각으로 대치하고 있었다. 두 번째 청년은 낡은 한국군의 소총을 가지고 있었다. 그 당시에도 성능이 아주 좋지 않 은 총이었다. 세 번째 사람도 똑같은 총이었다. 한 청년은 아버지가 10살 되는 귀여운 아 들에게 내 줄 수 있을 만큼 위험이 없는 조그마한 사냥총을 가지고 있었다. 또 한 청년은 마상(馬上) 권총에다가 소총 탄약포를 가지고 있었다. 6정의 총 중에 3정은 중국제였는데, 모두 녹이 슬어 있었다. 이 사람들이 몇 주 동안 일본군에 대항해 온 의병이라니 믿어지지 않는 일이었다. 지금 이 시각에도 정규 일본군 1개 사단이 이들과 그의 동료를 체포하려고 작전을 벌이고 있 는 것이다. 이들 중에 3은 품팔이 일꾼이었고, 똑똑하게 생긴 오른쪽에 서 있는 군인은 분명히 분대장인 듯했으며, 최선을 다하여 자기의 동료를 군인다운 모습으로 훈련시켰던 것이다. 잠시 후 1명이 또 내 앞에 나타났다. 그는 무기를 가지고 있지 않았으며 양반 옷 을 입은 것으로 보아 상층 계급에 속하는 사람 같았으나 역시 얼굴은 햇볕에 그을려 여위 었고, 동료들과 마찬가지로 지쳐 있었다. 결과가 뻔한, 가망이 없는 싸움을 벌여 죽을 운명에 처해 있는 이들의 모습이 처량해 보 였다. 그러나 나의 오른편에 서 있는 분대장의 빛나는 눈과 얼굴의 미소를 보았을 때 가 엾다는 생각은 일시에 사라져 버렸다. 불쌍하다니! 내 생각이 잘못이리라. 적어도 그들은 비록 그 표현하는 방법이 틀렸다 할지라도 동포에게 애국심이 어떤 것이라는 것을 입증해 주고 있는 것이었다. 그들은 그날 아침에 일본군과 싸움을 벌여 후퇴는 했지만 거기에는 그들의 충분한 이유 가 있었다. 일본군은 전략상으로 우세한 위치를 점령하고 있었으며, 40명의 일본군이 의 병 2백 명을 공격하여 결국 물러서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의병은 4명의 일본군을 죽 였지만 일본군은 의병 2명밖에 죽이지 못했으며, 3명에게 부상을 입혔을 뿐이다. 이것이 그들이 나에게 들려 준 얘기였다. 나는 그들에게 언제 그리고 왜 적을 2배나 죽이고도 퇴각을 해야 했는지 그 이유를 묻 지는 않았다. 그 싸움의 자세한 내막은 차차 알아낼 수 있었다. 그들이 이야기를 하고 있 을 때 2명의 노인이 들어왔는데, 한 분은 80살이 실히 되는 허리가 구부러지고 희끗희끗 한 턱수염을 기다랗게 기른 호랑이 사냥꾼이었다. 새로 온 2사람은 구식 한국 사냥총을 들고 있었다. 싸움에 몰려 쫓겨 오는 다른 병사들이 밖에 있었다. 거리에는 이제 무슨 일 이 일어날 것 같은 소란한 분위기였다. 의병을 격퇴하고 의기양양해진 일본군이 얼마 있 으면 이 도시를 습격해 올 것이었다. 그 날 밤 나는 편히 잠을 잘 수가 없었다. 거리에서는 의병과 주민들 사이에 논쟁이 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