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6page

456 그래서 우리 일행은 열심히 이천으로 향했다. 기차를 이용하지 않고 한국을 여행하는 사람들에게 제일 큰 문제점은 어떤 방법으로 일 행의 여행 속도를 빠르게 하느냐 하는 점이다. ‘짐 실은 당나귀보다 더 빠른 속도로 여행할 수는 없다’라는 말은 길을 재촉하는 여행자 들이 아무리 속을 태워도 논란의 여지가 없는 철칙으로서 별 수 없는 일이었다. 일행 중 에서 짐 실은 당나귀를 끄는 마부가 여행의 속도를 조정하는 열쇠를 쥐고 있는 사람이다. 만약 그가 기분이 틀어져 천천히 가려고 마음먹으면 어찌할 도리가 없다. 만약 반대로 그 가 서두르면 일행은 빠른 걸음으로 그에게 따라가야 했다. 한국 마부들은 하루 70리(21마일) 길을 고작으로 여기며, 대개 60리 정도를 가려고 하나 빨리 가자고 고집하면 80리도 갈 수가 있다. 그런데 나는 적어도 하루에 100~120리를 가 야만 할 긴급한 사정이었다. 어떤 때는 언성을 높였다가 추켜 주기도 해 보고 팁을 후하게 주기도 하며 여러 가지로 달래어 보았다. 나는 아침 3시에 일어나 하인들에게 말과 당나귀의 꼴을 끓이게 했으며, 어두워질 때까지 여행을 강행해 갔다. 그러나 아직도 내가 만족할 만한 속도는 아니었다. 한국에서는 적어도 하루에 말의 꼴을 끓여서 먹이는 데 6시간이 필요하다. 이 6시간은 현 명한 사람이라면 줄여보려고 하지 않는 시간이었다. 말에게 꼴을 먹이는 시간까지 포함하 여 우리는 하루에 16~18시간 여행을 한 셈이었다. 이와 같이 서두르면서도 우리는 고작 하루에 110리 정도를 넘지 못했다. 그런데 일련의 문제점이 생겼다. 짐 실은 당나귀가 꼴을 먹으려고 하지 않는 것이었다. 실은 짐이 너무 무거워서 그런지도 모른다고 했다. “그럼 하인을 하나 더 고용하여 짐을 덜어서 메고 가게 하라.”고 명했다. 수많은 이유 때문에 도중에서 멈추는 일이 많았고, 출발이 지연되는 구실은 더욱 많이 튀어나왔다. 어떠한 대책이 취해져야 할 필요성이 불가피했다. 나는 짐 실은 당나귀를 끄는 마부를 한쪽으로 불렀다. 그는 체격이 큰 사람으로 과거에 많은 싸움에 참가해 본 경험이 있고 모험도 많이 한 사람이었다. 나는 그에게 말했다. “당신과 나는 서로를 이해하는 사이가 아니오. 딴 사람들은 괜히 불평만 늘어놓는 어린 애 같은 사람들이오. 그러니 나하고 약속을 합시다. 당신이 좀 서둘러 주시오. 그러면 내 가 그 대가로 (여기까지 말해 놓고 돈의 액수를 그의 귀에다 대고 속삭여 줬다. 그랬더니 그는 금세 만족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여행이 끝나면 보상을 충분히 할 것이오. 다른 일 행에게는 말 하지 마시오. 이건 남자와 남자 사이의 약속이오”. 그는 찬성의 표시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 순간부터 모든 일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발 이 부르튼 마부, 다리를 저는 말, 투덜거리는 주막집 주인 등이 모든 것이 이제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빨리 불을 지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