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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2 다음 사항을 준수하기 바라는 바이요. 즉, 우리 폐하께 역적들을 탄핵하도록 건의하여 응당한 처벌이 있기를 바라오. 그러면 모든 한국민은 귀하에 대해 호감을 갖게 될 것이며, 유럽인들은 귀하를 극구 칭찬하게 될 것이오. 그 다음 한국 정부 당국에 권고하여 각 부문의 개혁을 행하도록 하고, 학교의 증 설 및 정부 관서(官署)에 유능한 인재를 등용하는 일에 힘쓰도록 바라는 바이오. 그러면 한국·중국·일본 3개국은 견고하게 단합되고 세계 만방의 존경을 받으며 어깨를 나란히 겨 누게 될 것이오. 만약 귀하가 위에 말한 사항을 행하지 않고 우리의 권리를 계속 침해한 다면 그때에 귀하로 말미암아 우리는 다 같이 파멸을 면치 못하게 될 것이오. 귀하는 한국 사람은 모두 죽은 거나 다름없다고 생각하고 있으나 우리 2천만 동포는 일 본인의 철도 거류지 및 일본 당국을 모두 파괴할 결심이 되어 있는 바이오. 머지않은 장 래에 북쪽으로는 평양, 남쪽으로는 경상도 등 각처에 있는 우리의 애국자들에게 전문을 보내어 일제히 봉기하여 각지 일본인 전부를 여러 항구에서 몰아낼 것이오. 비록 귀하의 군대가 총을 잘 쏜다 하더라도 우리 2천만 동포에게 대적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일 것이 오. 우선 우리는 한국에 거류하는 일본인을 공격할 셈이지만, 그들을 처치한 다음에는 세 계 열강에 호소하여 한국의 자유와 독립을 보장하도록 할 것이오. 우리 동지들에게 봉기 의 전문을 보내기 전에 우리는 귀하에게 이같이 충고하는 바이오.’ 꽤 심각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 확실했다. 나는 그 전투를 직접 보기로 결심했다. 그러나 그것은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곧 알게 되었다. 우선 그 어려움은 일본 당국에서 시작되었다. 소란스러운 사태 때문에 내륙지방에서의 나의 신변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는 이유로 일본 당국은 나에게 통행권 발부를 거절하 였다. 나는 통감부를 찾아가 부탁했더니, 그들은 내가 만약에 통행권이 없이 여행하게 되 면 국제 조약에 의거 ‘언제라도 체포되어 처벌을 받게 될 위험이 있다.’고 경고하는 것이 었다. 나는 이에 개의치 않았다. 내가 정말 두려워한 것은 일본인이 나의 여행을 수락하는 조 건으로 일본군 호위병을 수행시키지 않나 하는 점이었다. 사실상 일본이 한국을 여행하는 외국인에게 대해서 왈가왈부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왜냐하면 실상 여권 규 제의 조항이 효력을 잃은 지 오래되었기 때문이다. 바로 이것이 내가 혹시 체포되어 영사 관 유치장에 구금될 경우 천천히 따져 보리라 생각한 점이었다. 그래서 나의 여행 준비는 그대로 진행되었다. 한국을 여행하는 사람은 기차를 이용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말 먹이 를 제외한 일상생활에 필요한 모든 물건을 다 가지고 다녀야 한다. 적어도 말이나 당나귀 가 3필은 있어야 한다. 1필은 자기 자신이 타고, 또 1필은 짐을 실리고, 다른 1필은 침구 를 싣고 심부름하는 아이를 태워야 하기 때문이다. 또 말 하나에 꼴을 끓여 주고 보살펴 줄 마부가 1명씩 따라야 한다. 그러므로 가벼운 여행이었고 급하게 떠나는 터이었지만, 부득이 말 2필과 당나귀 1필, 시중 드는 4사람과 동행해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