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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8 이후로부터 저들 장기렴의 병정들이 자칭 王師(제왕의 군대)라고 하니 나는 王師辯을 지 어서 어리석은 자들을 깨우치려 한다. 도대체 왕사란 무엇인가. 옛날에 나라에서 장군에게 출정을 명할 때 왕이 장군을 뒤에서 밀어주기 위해 왕성 밖을 지키라고 하였다. 그래서 왕 사라 한 것이다. 『書經』 夏書篇에 胤候가 명하여 六師를 관장케 하였다 했고 『周禮』에 西 戎이 침략하여 와서 선왕이 군사를 일으켜 무기를 수선하여 장수에게 그대는 왕사가 되어 나와 더불어 적을 치자고 한 데서 연유한 말인데 오늘의 兵丁輩들이 말하기를 스스로 왕 사라 하고 있다. 왕명도 받지 않았고 거기다 서쪽에서 쳐들어온 적과 내통하였으니 어찌 왕사라 할 수 있는가. 오호! 이것이 이 나라의 운명인가. 섬 오랑캐가 틈을 타서 들어와 나라 안에 난적들이 계속 일어났다. 처음에는 송병준이 음모하여 왜놈 花房義質과 竹添을 끌어들여 帝王에 접근하였다. 조금 있다가 金根이 아관을 철수하여 의관을 벗고 어가를 타셨다고 하니 말이 이에 이르자 통곡이 절로 난다. 여기 한 사람의 義士가 의병을 일으 켜 춘추필법에 따라 적당 몇 사람을 죽였다. 무릇 창자가 있고 피가 있는 자로서 이에 응 하지 않는 자가 있겠는가. 소위 장기렴이란 자는 난적배의 앞잡이가 되어 말을 타고 왜놈 의 무기를 들고 왜병 수백 명을 이끌고 강남을 약탈하고 감히 왕사주진소(王師住陳所)라는 간판을 달았다. 또 말하기를 역적을 토벌하라는 명을 받들었다고 하니 어찌 사람의 마음을 가진 자라면 이것을 보고 참을 수 있는가. 이것은 마치 曹操가 大丞相이 되어 天子의 명 을 호령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오늘 우리 임금께서는 아관에 파천하여 侍衛를 받을 수가 없으니 저들 장기렴 같은 자의 명령은 10賊이 아니면 왜추의 명령임이 분명하다. 아무리 어리석은 아낙네와 필부라도 너희들 말에 속지 않을 것이다. 오호! 심하도다. 장기렴의 죄 여! 고금을 막론하고 이렇게 이름 없는 왕사가 또 있단 말인가. 지난 을유년(1885) 가을에 월남(베트남)인 劉義黑旗가 외적을 섬멸한다 하는 소리를 듣고 프랑스인이 월남 임금을 환 궁시켰다 하여 각국이 칭찬하였는데 저 장기렴은 무슨 마음을 먹고 옛날의 秦仲과 오늘의 劉義를 닮지 않고 尊王하는 선비를 능멸하려 드는가. 왜 너는 무리를 이끌고 왕을 호위하 는 병사(의병)를 공격하는가. 다만 너는 왕사의 죄인이 되는 것이 아니라 천하 만고의 죄 인이 되는 것이다. 아! 애석하다 너의 조부와 아비가 문무에 능한 집안이니 춘추 두어 권 쯤은 읽었을 것이 아니냐. 거듭 개탄하노니 우리들 의리를 같이 하는 사람들은 이같이 효유하였으나 개화에 현혹된 사람들은 종래 돌아서지 않는구나. 金在殷이란 자도 京兵을 이끌고 원주에 들어오니 鎭東 將 이필희는 적을 막지 못하고 제천의 대진소로 돌아왔다. 적세가 사방에서 엿보니 공격할 데도 없고 물러서 지킬 계책도 없다. 이에 定策 10條를 써서 大將所에 바친다. 1. 오늘 우리가 의거한 것은 무엇보다도 먼저 국모시해에 대한 원수를 갚는 일과 훼 손당한 우리의 의복과 머리를 복원하는 일이다. 이로써 대의의 경중을 가리기로 하였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