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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5 수가 없겠습니까. 나는 이 말을 듣고 되묻기를 오호! 그대의 질문이여! 사람에게 의리심이 없으면 짐승과 같은데 짐승에게 있어서는 무 슨 의리가 있으며 원수가 있겠는가. 저들 長吏란 자들은 모두 대대로 녹을 먹고 사는 임 금의 신하들인데 국난을 당하면 당연히 나아가 임금에게 충절을 다하고 의병을 일으켜야 합니다. 그런데 그들이 적편에 붙어서 국모가 시해당하였다고 하는데도 복수할 마음을 갖 지 않고 君父가 머리를 깎이었다고 하는데도 적을 토벌할 계책을 강구하지 않았던 것입니 다. 이럴 때 산골에서 책을 읽고 공부하던 선비들이 책장을 덮고 분발하여 목숨을 걸고 의 병을 일으켰으니 백성들이 모두 용기를 얻어 마치 목마른 사람들이 물을 찾듯이 성원하고 참여하였는데 유독 長吏(지방장관)들만은 무슨 마음으로 의병을 마다할 뿐 아니라 의병을 죽이기까지 하니 이것은 그들이 스스로 물속에 뛰어 들어간 것과 같은 소행입니다. 사태가 이러한데 그 아들 되는 사람들이 누구를 위하여 원수를 갚는다는 것입니까. 오호! 원수들 의 욕심이 홍수와 같고 凶黨의 화가 곤륜산의 열화와 같은데 이러한 때 의병들만 홀로 불 을 끄려고 하고 있는 것입니다. 한 잔의 물을 가지고 한 수레 가득히 실은 장작불을 끄려 고 하는 것을 모른단 말인가. 忠憤에 못 이겨,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 없어 춘추의 대의를 위하여 난신적자를 토벌하는 데 있어 먼저 적과 내통한 친일파 관료들을 다스리고자 하니 그들이 바로 지방장관이란 자들인 것입니다. 그러니 그들을 올바른 이 나라의 관리라 할 수 없습니다. 그들이야말로 원수들과 한패인 것입니다. 그러니 어찌 의병에게 주살당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다시 말해서 지방장관이란 자들은 바로 원수인 것입니다. 원수는 갚 지 않을 수 없는 것인데 도리어 의병을 원수라 할 수 있습니까. 『시경』에 “비가 公田에 먼저 오면 그것이 우리 私田에 미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마찬가지로 나라의 원수를 먼 저 갚고 나서 사사로운 개인의 원수를 갚아야 하는 것이 아닙니까. 혹시 지방장관의 아들 을 만나거든 분명히 말해 주시오. 義理는 원수를 갚을 대상이 아니라고. 의병이 비록 왕명 을 받들지 않고 사람을 죽였다 하더라도 그것은 하늘의 명에 따라 처형한 것이라고 말하 시고 의병에게 죽은 자들은 스스로 천명을 어겨서 물에 빠져 죽은 것이라고 전해 주시오. 공자는 하늘에 죄진 자는 도망할 곳이 없다고 했습니다. 書經의 太申篇에서는 하늘이 지 은 죄는 어길 수 있어도 자기가 지은 죄는 면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지방장관들은 모두 자기 스스로 죄를 진 것입니다. 만일 그들의 아들이 의리와 효도를 아울러 다하려고 한다 면 먼저 아버지의 잘못을 고치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이 말을 듣고 손님은 감사하다고 하면서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