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3page

263 時烈 선생이 나오셨고 서양의 종교가 동국에 치열하니 華西 李恒老 선생이 나타나셨 다. (明室南遷尤齊生焉 洋敎東熾而華西生焉) 이와 같이 세상의 운세가 오르고 내릴 때 하늘이 꼭 大人과 君子를 내려보내 주십니다. 이것은 道와 관계가 있는 것이라 생각합 니다. 오늘날 4천년 華脈(문병의 맥)이 끊어지고 5백년 禮義의 宗正이 민멸하여 없어졌 으니 이런 변이 또 있겠습니까. (중략) 선생님의 서신을 수천 리 밖에서 받아 읽으니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밝으신 선생이 만고의 대의를 일심으로 받들어 모신다고 하니 황공하기 그지없습니다. 옛사람이 말하기를 임금의 근심은 신하의 욕이며 임금의 욕은 신하의 죽음이라 하였습니다. 오늘과 같은 세상에서는 임금의 욕이 극에 달하여 신이 죽기에는 너무 늦었으며 죽어도 소용이 없고 살아도 소용이 없어 다만 서산의 빈 하늘 만 쳐다보고 슬퍼할 따름입니다. 풍토가 다른 이역에서 몸조심하시기 바라며 함께 하 신 모든 군자들에게도 건강을 빕니다. (중략) 세상의 변화가 망극하고 우리 儒道가 날 마다 위태로워지는 가운데 급기야는 의병을 賊黨으로 몰아붙이고 있습니다. 의병을 훼 방하기를 적병보다 더하니 이보다 더 통탄할 일이 어디 있습니까. 옛날 朱子가 陣恃郞 에게 서신을 보내어 강화를 독단한 것이 마침내 송나라에 큰 화를 불러들였습니다. 오 늘의 우리나라 개화독립을 부르짖는 관료들은 그 이름이 같다고 하나 禍는 더 큽니다. 양맥이 끊기어 보존할 가치가 없어졌으니 현명한 공(류인석)의 소임이 얼마나 무겁고 큽니까. 遼西의 땅은 옛날의 중화의 일각이며 堯舜의 古道라고 하니 가히 내복이라 할 것입니다. 하(夏)나라로 하여금 오랑캐를 칠 기회가 지금이 아니고 언제이겠습니까. 마 음과 마음이 싹이 되면 하늘이 반드시 이것을 알고 일마다 정의가 있다는 것을 사람들 이 믿게 될 것입니다. 현명하신 공은 이것을 평생 家業으로 삼으셨으니 반드시 하늘이 도울 것이며 천명이 이루어질 것입니다. 엎드려 바라옵건대 한층 더 힘을 내시어 덕과 의를 널리 펴시면 華夏의 一脈과 禮義의 正宗이 더 이상 땅에 떨어지지 않을 것이고 우암 선생과 화서 선생이 더욱 빛날 것입니다. 부디 현명한 류공(류인석)은 천만 번 자 애하시고 도를 중히 보존하시기 바랍니다. 이만 줄입니다. 己亥 12月 李 아무개 편에 義庵의 答書가 왔다. 앞서 4월에 보내주신 편지를 받고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體度 만안하시다니 감사 합니다마는 군소배들이 눈 안에 못이 되고 있는 것은 공이 하시는 일이 뛰어나기 때문 으로 생각합니다. 동해를 바라보고 서산을 쳐다보아도 옛 성인들의 節義를 따를 수 없 는데 이렇게 불민한 저를 勸勉하여 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지난날 의병을 같이하 던 사람들이 開化輩보다 더 의리를 손상하니 이같이 喪心하고 失性한 것을 가련하다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또 아무리 개탄해도 부족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