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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6 짖고 해를 당하였다. 하늘이 갑자기 흐리고 흙비가 자욱하다가, 거센 바람이 땅을 휩쓸고 궂은비가 날려 뿌리 니, 적이 우리 군사의 화승총이 비를 만나면 반드시 둔해지는 것을 알고 비로소 다시 진출 할 계획을 하였다. 국안(國安) 등이 또 탄환이 들어 있는 궤짝을 잃고, 가진 것은 다 놓아 없어져서 한창 허둥지둥하던 차에, 우리 군사 중에서 누가 큰 소리로 탄환을 찾아오라고 외쳤다. 적이 이 소리를 듣고서 기회를 놓칠세라 쳐들어오니, 서쪽 성루를 지키던 군사들 이 먼저 흩어져 산으로 올라갔다. [곧 서문 밖의 전암(尊岩)으로 가는 길임]. 적이 이것을 보고 날뛰며 들어오는데 우리 군사들은 보면서도 어찌할 수가 없었으며, 국안 등은 속수무 책이라고 하면서도 그만 물러서니, 여러 진의 군사들은 싸움 잘하는 청인(淸人)이 물러나 는데, 우리들이 무엇을 기다리겠냐고 하면서 그만 일시에 무너져 흩어졌다. 적이 들판으로 펼쳐 들어오면서, 혹은 밀밭 고랑에 숨고, 혹은 종적을 논두둑 밭두둑 사이에 숨겨, 바람 을 따라 총을 쏘니 탄환이 비 퍼붓 듯하였다. 우리 편 군사가 가진 것은 조총이라, 풍우가 한창 급하니 화약을 다져 넣을 수가 없으며, 또 화승(火繩)에 불이 꺼져 탄환이 나갈 수가 없으니, 저 요동백(遼東伯 :金應河)의 패한 연후와 같은 것이다. 이때 장수와 군사들이 무너져 흩어지면서 모두들 달아나려 하자, 공 은 듣지 않고 정색하여 말하기를, “이 땅이 나의 죽을 곳이라.” 고 하였다. 좌우에 오직 홍사구(洪思九) 한 사람만이 남아 있었는데, 공이 문득 오른쪽 다 리에 탄환을 맞아 넘어지면서 손에 깃대를 더욱 굳게 잡고, 눈을 부릅뜨고 크게 꾸짖다가 적에 끌려 그들의 대장소로 갔다. 공이 더욱 성내어 꾸짖으며 말하기를, “너희들도 조선 사람의 심장이 있다면 생각해 보라. 개화를 주장한 지 수십 년에 성취한 일이 무엇이냐. 국모를 시해(弑害)하고, 임금을 머리 깎으며, 5백 년 전래의 종묘사직과 신 하백성들이 모두 이적 금수가 되고, 모든 성인의 제도와 중화의 명맥은 하루아침에 멸망되 고 만 것이다. 너희들은 이런 사실을 어떻게 생각하기에, 도리어 원수의 앞잡이가 되어서 충의로 국가를 일으키려는 사람들을 죽인단 말이냐. 나는 이제 죽을 곳을 얻었으니 다시 무슨 말을 하겠느냐.” 하니, 적이 노하여 구타하였다. 공은 더욱 준절히 꾸짖다가 마침내 어지러운 몽둥이 살해를 당하였으니, 이 때 나이 32세 였다. 전하여 듣는 사람들이 눈물 흘리지 않는 이가 없었다. ○ 공의 제자 홍사구가 칼을 짚고 혼자 모시다가, 적 한 명을 베고 힘이 다해서 매 맞아 죽었으니, 나이 19세였다. 사구는 아이 때 공에게 배웠는데, 용모가 수려하고 총명 정직하였으며, 어려서부터 시시 덕거리거나 곁눈질하는 법이 없었다. 가난한 중에도 어버이를 잘 봉양하며 동생들을 돌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