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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7 명하여 잡게 하였으나 모두 숨고 나타나지 않았다. 나중에 한 군사가 잡혀 들어오니 바로 문쇠였다. 공은 군사들의 규율이 잘 짜여 있지 않음을 깊이 통탄하며, 노하여 말하다가 그 만 목을 놓아 울며 말하기를 “누가 말하기를 군중의 법도는 열 명에 두셋을 베인 후에야 정돈된다 하더니 과연 그렇 다. 하늘이 화를 거두지 아니하여 흉한 오랑캐와 역적 괴수들이 사방에서 날뛰니, 지금 천 지신명과 선왕과 여러 어진 이들의 하늘에 계신 영혼이 너희들만을 믿는 터인즉, 너희들이 얼마나 자중하고 조심해야 그 기대에 어긋나지 않을 것이냐. 지금 너희들이 먹을 것을 타 가려고 혹독한 줄 만 알고, 장령(將令)을 받들어 대의를 성취할 것을 생각하지 못하니, 아 아! 어찌하면 좋으냐.” 고 하였다. 11일(양력 4월 23일;편자 주), 대장소의 영으로 별진장(別陣將) 원우규(元友珪)를 불러 본 진으로 들어오게 하였다. 자칭 후군 종사라는 윤탁(尹鐸)이라는 이가 있어, 말을 탄 일로 군령을 범하였으므로 곤 장 15대를 때렸다. 이때, 각 진의 참군 종사가 모두 말을 타고 자랑하기를 좋아하므로, 말 타기를 금한다는 영이 있었던 것이다. 이강년이 제천에서 가만히 사람을 괴산(槐山)에 보내어 그 어머니와 가족을 맞아 왔다. 이때 우리나라 사람으로 적에 붙은 자들이 이강년의 집을 해치려 하니, 그 집에서 허둥지 둥 떠나 샛길을 따라 빠져나왔기 때문에 맞이하여 온 것이다. 후군장 신지수(申芝秀)가 다시 전선을 끊어서 실어다 바쳤다. 왜적을 격노(激恕)시켜 험지 에서 적을 섬멸하려는 생각이었다. 홍대석(洪大錫)이 굳이 청하여 정운경(鄭雲慶)으로 그 직책을 대신하게 하자고 하니 대장 소에서 허락하였다. 13일(양력 4월 25일;편자 주), 정운경이 전군장으로서 대장소에 와 뵈었다. 원주(原州) 별모장(別募將)[진동장(鎭東將)을 고쳐 별모장으로 하였음]에게 회답하기를 “내부의 근심과 외부의 적이 한꺼번에 몰아치니, 한 덩이 혈육(血肉)인 이 몸이 어찌 오 래 견딜 수 있으리까. 더구나 ‘천하의 소망’이란 다섯 글자는 어찌 내게 가당이나 하리까. 밤낮으로 생각하는 ‘죽을 사(死)‘자 하나도 곳을 얻기 어려울까 하여, 때로는 목을 놓고 통 곡하며 거의 넋을 잃게 되다가 부질없이 곁의 사람들의 만류로 그치곤 합니다.” 하였다. 공이 언제나 사람을 대하면 통절히 말하기를 “국적은 용서할 수 없으며 오랑캐는 함께 세상을 같이 할 수 없는데 재물과 양곡을 계속 하기 어렵고 백성의 힘은 이미 다하였다. 그런데 참군 종사 이하로 사졸들에 이르기까지 오직 제 몸만을 생각하고 딴 생각을 하며, 군수 물자를 손아귀에 넣는 것만을 위주하고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