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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7 (2). 『하사안공을미창의사실(하)』, 박정수:〔F자료2〕 하사안공을미창의사실(하) 동문 죽산(竹山) 박정수(朴貞洙) 기록 원주(原州) 원용정(元容正) 교열 ○ 경진일 15일(양력 1896년 3월 28일;편자 주), 장령(將令)으로 적당 전 평창현감(平昌 縣監) 엄문환(嚴文煥)을 목 베었다. 문환은 원래 평창 고을 아전이었는데 매우 괴걸하여 행패를 부렸다. 갑오년 동학 난리에 고을 군사를 동원하여 성을 지키는데, 문환이 장수가 되었고 왜놈들이 동학당을 체포하려 나서게 되자, 문환은 왜놈에게 붙어 동학당을 잡고 평창현감의 직을 얻었다. 머리 깎는 영 이 내리게 되니, 문환이 마음속으로 좋아하며 먼저 깎고 군내에 명령을 내려 독려하였다. 얼마 후, 의병들이 벌 떼처럼 일어나자, 문환이 왜적을 끌어들여 막으려 하다가, 잘 안 될 것을 알고 산중으로 도망하여 숨었는데, 공이 이원하(李元厦)를 시켜 잡았다. 지평의 이복영(李福永)을 새로 정선(旌善) 수성장(守城將)에 임명하였는데, 와서 인사드리 고 이튿날 떠났다. ○ 원주(原州) 수성장의 보고에 적이 광주(廣州) 의병을 격파하고 심장군(의병장 심상희) 을 여주상동(驪州床洞)에까지 추격했다고 하였다. 이때 의병의 세력이 차츰 떨쳐서 가는 곳마다 승전을 하니, 가흥(佳興)의 적이 제일 강하 다고 일컫지만 움츠리고 있어 겨우 보존하는 정도이며, 우리 편에 공격해 오지 못하였다. 그런데 개화를 부르짖는 적신들이 저들의 일이 방해될까 하여 미워하고 시기하는 마음을 가지고, 걸핏하면 어명이라 칭하면서 군사를 보내어 서로 해치니, 의병의 장졸들이 사람마 다 대의를 분명히 아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역적이란 누명을 입을까 두려워서, 의논할 때 면 통일이 잘 되지 않고 싸울 때면 언제나 머뭇거리므로, 왜놈에게 패하지 않고 적신(賊 臣)에게 화를 당하게 된 것이었다. 대개 정신(廷臣)들의 생각은, 왜놈들을 쓸어버리면 화가 자기 몸에 미칠까 두려워하여 곁눈질해 보면서 날마다 없애 버리려고만 일삼으니, 이것은 저 중국 송(宋)나라의 충신 악비(岳飛)·이강(李綱)·한세충(韓世忠)·곡단(曲端)이 금(金)나라 도적을 두려워하지 않았건만 나중에는 간악한 신하 진회(秦檜)·한탁주(韓侂冑)의 간계에 넘 어간 일과 같은 것이다. 그때 만약 악비 같은 분들에게 화친을 주장하는 소인들의 저해가 없었던들 오랑캐의 머리를 시일을 한정하고 베어 매달 수 있었을 것이다. 아아, 화란이 서 로 연결되어 예나 이제나 같은 길을 반복하고 있건만 깨닫지 못하니 슬픈 일이다. ○ 충주에 새로 부임한 군수 정기봉(鄭基鳳)이 세금 2백 냥을 갈라내어 유격소(遊擊所)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