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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 편안히 쉴 겨를이 없었지만 언제나 대장소에서 명령이 있으면, 사소한 일로서 그만 두어도 될 것이라도 일찍이 한 번 식사하는 동안에 열 번씩이나 일어나서 지성을 다하지 않은 적 이 없으니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모두 두려워하고 조심하며 감히 방자하게 구는 자가 없 었다. ○ 충주 동쪽 2면(面)의 창고지기가 그 창고의 쌀을 실어다 군량으로 바치겠다고 청하였 는데 대장소에서 허락하였다. 강태영(姜太榮), 한성선(韓成善) 두 사람이었다. ○ 좌부장(左副長) 정수봉(鄭壽鳳)이 영남에서 돌아왔다. 수봉이 서경암(徐敬庵)의 편지를 가지고 가 전달하고 왔는데, 영 밖의 정세를 자세히 말 하므로 공은 크게 기뻐하며 사람들을 물리치고 한참 동안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고 나서 칭찬하여 말하기를 “쓸 만한 인재”라고 하였다. 사람을 보내어 임백현(林百鉉)[병사(兵使)]을 부르고, 또 김석교(金錫喬)를 잡아왔다. 광주산성(廣州山城)의 군사가 승전하였다고 하는데 그 내용인즉 성이 포위당한 지 오래여 서 의병이 한창 위급하게 되었다가 안성(安城) 군사가 조력하므로 성중에서 힘을 합하여 공격해서 적을 매우 많이 죽였다는 것이었다. 군사 중에 종이를 구해서 지는 망태를 만들겠다는 사람이 있으므로 공은 행장에 간수했 던 묵은 종이쪽을 가져다 좌우 사람들과 함께 손수 베어서 노끈을 꼬아 주며 말하기를 “이만하면 넉넉할 것이다.” 하였으니, 그의 물건을 절약함이 모두 이런 것이었다. 영월(寧越) 고을 수성장(守城將) 박 제방(朴薺昉)이 담배 10통(桶)을 보내왔다. ○ 선유위원(宣諭委員) 유진규(兪鎭圭)를 면대하여 물리쳤다. 진규가 선유문(宣諭文)을 가지고 오니, 공은 한탄하며 말하기를 “오늘의 상봉이 어찌도 이리 불행하오. 공은 임금의 명령을 받아 가지고 온 거요.” 하니, 진규가 “그렇소.” 하였다. 공이 말하기를 “그렇다면 오늘에 있어서, 국모를 폐하자고 하면 폐하라고 한 것이나, 머리를 깎자고 할 때에는 깎으라고 한 것이나, 의병을 치자고 할 때에 치라고 한 것이 과연 모두 우리 임금 님의 명령인가, 역당들의 계략인가.” 하고 말하자, 진규는 무어라 대답하지 못하였다. 공이 다시 말하기를 “적당의 흉계를 가지고 감히 여기를 왔으니 어찌 고향 백성들에게 부끄럽지 않으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