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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 군사들과 서약(誓約)할 때에는 말소리가 큰 종을 울리는 것 같았는데, 말은 간단해도 절실 하며 물건을 들어 비유하여 어리석은 자들을 깨우치니, 무지한 졸병들도 몸을 도사리고 듣 지 않는 자 없으며, 태도가 늠름하여 감히 범접할 수 없었다. 또 공손 검박하고 예절이 있 으며 사람을 사랑하고 선비를 대접하며, 손님이 찾아오면 노소를 막론하고 온갖 바쁜 중에 도 일어나 공경히 맞아들이며 부하들을 대할 때에는 아무리 병이 중해 기동이 거북할 때 라도 누워서 대하는 법이 없었다. 그리고 군사들이 밖에서 새로 들어온 자가 있을 때는 반드시 언성을 높여 말하기를 “국모(國母)의 원수를 갚지 못하면 이것은 신민(臣民)이 아니오, 개화(開化)의 변고를 바 로잡지 못하면 이것은 금수(禽獸)가 되는 것이다. 이 몸이 이적(夷狄)과 금수가 되고서야 살면 무엇하랴. 너희들은 심력(心力)을 같이하여 기필코 원수 왜적을 없애도록 하라.” 고 하며 음성과 용모가 비장(悲壯)하니, 장병들이 모두 우러러보았다. 또 고기반찬을 금지 할 것을 청하는 말이 “군사가 출동하고 백성이 쇠잔한 이때에 털끝만큼이라도 잘 먹을 생 각을 해서 이중으로 백성의 힘을 곤하게 해서는 안 된다. 한 톨의 쌀이나 한 올의 베라도 장범죄(臟犯罪)로 처단하겠다. 더구나 사병은 채소와 소금도 부족하여 한 번도 배불리 먹 지 못하는데, 너희들이 감히 자기 몸을 살찌게 하려는 욕심을 부린단 말이냐.” 하고 잡아내어다가 베이려고 하면서도 눈물을 오래도록 흘렸다. 공은 “군중에서 사용하는 물품이 모두 백성들의 고혈(膏血)이요, 관가의 중요한 물건이니, 결코 마음대로 쓰고 배불리 먹어서 천지신명의 노여움을 사서는 안 된다며, 주려서 병이 되지 않을 정도의 기준을 삼아야 한다. 군사를 먹이는 데는 풍성히 하지 않을 수는 없지만 역시 절약하고 또 절약해서 부득이한 뜻을 표시하여야 한다.” 하였다. 그래서 종자들이 혹 점심을 거르게 될 때도 마음이 든든하였다. 더욱이 규모가 세 밀하여 비록 휴지와 헤어진 수건이라도 경솔히 남에게 주지 않고 주워 모아 쓰일 데를 기 다리니, 사람들이 간혹 그를 옹졸하다고 여겼지만 종당에는 적절하게 쓰이지 않은 적이 없 고, 또 옛날 사람들이 톱밥이나 나무토막 같은 것도 잘 간수해서 필요하게 쓰던 그러한 기 풍이 있는데 탄복하였다. 여러 장수들 중에 휴가를 청원하는 자가 있으면 반드시 탄식하며 나무라기를 “대장부가 어찌 하찮은 일에 미련을 두어 대의(大義)를 등지고 이욕(利慾)의 길로 들어간 단 말이냐. 비록 친상(親喪)을 만났다 하더라도 함부로 집에 가는 것을 허락할 수 없는 일 이다. 대저 오늘의 형편은 먼저 사소한 인정을 끊고, 은혜도 돌보지 않아야만 효우자애(孝 友慈愛)의 도리를 이룰 수 있는 일이다. 사실 국적을 토벌하지 못하고, 오랑캐의 난리가 그치지 않으면, 비록 부모에게 효도하고 형제와 우애하고, 처자에게 좋게 하려 해도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적을 토벌하지 않고는 다른 도리가 없다.” 고 하였다. 이명로(李明魯)가 횡성(橫城)에서 군사를 거느리고 왔다. [이때 명로는 병력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