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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머리말 해악(海岳) 김광진(金光鎭, 1885-1940)은 한말 식민지기 에 유교를 비판적으로 해체하면서 근대에 대응하여 새로운 사상을 모색한 유교 지식인이었다. 그의 독창적인 사상은 이미 1957년에 í��해악문집(海岳文集)��으로 간행되었고, 최 근에는 그의 사상과 그가 남긴 문헌자료들을 연구한 논문과 자료집이 출간되고 있다. 1) 처음으로 김광진의 지적 성취에 관심을 갖은 하버드대 교수 뚜웨이밍[杜維明]은 김광진 사 상의 핵심은 “비장한 민족 자결주의를 제공하는 심리를 건 설하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2) 김광진의 ��해악문집��을 편 역하고 학계에 그를 알리고자 노력해온 조원경 목사 역시 그 를 식민지 상황에 있는 조국의 장래를 걱정한 우국지사로 높 이 평가한 바 있다. 3)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구자들이 아닌 일반인들에게 김광진 이라는 이름은 아직은 낯선 이름일 것이다. 그것은 우선 김 광진이 생전에 근대 매체에 자신의 사상을 적극적으로 알리 지 않아 지금까지 연구자들의 관심을 충분히 끌지 못했던 이 유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학계를 비롯한 정 치・사회・문화의 권력이 중앙에 집중되는 반면 지역은 소외 되고 타자화되어 온 근현대의 역사적 현상과 더 큰 관련이 있을 것이다. 4) 이렇듯 ‘지역의 소외 · 타자화’라는 구조적 모순 속에서 지 역에 정체성을 가지고 지역의 정치 · 사회 · 문화에 적극적 으로 참여해왔던 지역민들의 행위와 노력이 쉽게 가려지며 그 의미도 축소되었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 보면 울산 출 신이거나 혹은 울산과 인연이 있는 지역의 민족운동가를 발 굴하여 지역민들과 공유하는 것은 지역의 정체성과 자부심 을 제고(提高)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 글에서 소개 하려고 하는 김광진은 주로 대구 지역에서 활동한 유교 지 식인이었지만, 조선국권회복단과 3.1 운동으로 수배된 이후 언양의 궁근정리(弓根亭里, 현 울산광역시 울주군 상북면) 로 5) 피신을 오면서 울산과 인연을 맺게 되었던 인물로, 울산 의 독립운동사에서도 고려해야 할 새로운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6) 이 글에서는 김광진의 지적 전환과 민족운동, 그리고 그 사 상적 배경을 1920년대 이전과 이후로 나누어 설명하고자 한 다. 1920년대까지 김광진은 주로 교육과 대종교 활동, 조선 국권회복단, 3.1 운동, 신간회 등에 참여하여 적극적인 민족 운동을 했다면, 1930년대에는 주로 저술 활동에 몰두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기적 구분을 전제로, 먼저 1920년대까 지 김광진이 민족운동의 과정에서 어떻게 울산 언양과 관계 를 맺게 되었는지 살펴보고, 다음으로 이러한 민족운동의 경험 속에서 갖게 된 문제의식이 1930년대에 그의 사상 속 에서 어떻게 승화되었는지 고찰해 보고자 한다. 한말 식민지기 유교 지식인 해악 김광진의 지적 전환과 민족운동 박지현 동아대학교 사학과 강사 175 광복, 다시 찾은 빛_굳은 의지와 진실한 마음으로 만든 미래 174 | 1) 金光鎭, 2013, ��海岳文集��, 조원경 편역, 나라얼연구소 ; 양명수, 2013, 「海岳 金光鎭의 사상」, 국학연구소 대구 · 경북지부 월례 정기 초청 특 강 강연문 ; 이훈상, 2013, 「식민 지기 유교 지식인의 지적 곤경과 유산」, 춘해보건대학교 설립자 도생 김영소 박사 탄생 100주년 기념식 특별강연문 ; 박지현, 2014, 「한말 일제시대 유교 지식인의 지적 곤경과 근대지식의 모색 - 海岳 金光鎭의 ��海岳文集��편찬과 간행을 중심으로」, ��민족문화��제44집, 한국고전번역원 ; 박지현 · 이훈상, 2015, ��한말 식민지기 유교 지식인 김광진의 근대 지식의 탐구(해악 김광진 총서1)��, 동아대학교 석당학술원 한국학연구소 ; 박지현 · 이훈상, 2015, ��한말 식민지기 유교 지식인 김광진의 가계와 일상 그리고 의례(해악 김 광진 총서2)��, 동아대학교 석당학술원 한국학연구소. 2) 뚜웨이밍(杜維明), 「海岳文集序」, ��海岳文集��9-12면. 3) 조원경, 2013, 「편역자의 글」, ��海岳文集��, 나라얼연구소, pp. 3-5. 4) 이훈상, 2009, 「지역사, 지역사의 특성, 그리고 지역사회의 ‘정체성 만들기’」, ��영남학��제16호, 경북대학교 영남문화연구원, pp. 417-444. 5) 본래 언양군 하북면 지역으로서 옛날 이곳에 활(홰)나무 정자가 있어서 궁근정이라고 불렀다. 1914년 행정구역 폐합에 따라 우만리, 화촌리를 병 합하여 궁근정이라 하고 울산(울 주)군 하북면에 편입되었다. 이후 l928년 상북면에 편입되었다. 울주군 상북면사무소 홈페이지(http://sangbuk.ulju.ulsa n.kr/introduction/village10.jsp) 참고. 6) 김광진의 아들 故 金永韶 박사(1913-1992)는 울산 울주군 웅촌면에 위치한 춘해보건대학의 초대이사장으로 울산과의 인연이 더욱 깊다고 하겠 다. 현재 춘해보건대학의 김조영 이사장은 김광진의 손자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