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page

겠다. 그에게 있어 울산의 북정동과 교동 그리고 태화강 둔 치 일대는 서덕출의 창작 무대였다. 불구의 몸인지라 평생 을 울산, 그것도 자기집 방안에서 보냈다. 그런 까닭에 그의 작품에는 울산지역의 정서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고 하겠다. 꾀꼬리새 몸부림에 / 눈이 떠졌다 / 수양버들 파릇 파릇 / 움 이 터진다 // 봄 햇볕에 따르라는 / 강물이론가 / 하늘 감은 강 물에 / 봄이 푸르다 「강물」전문 해가 해가 빠졌네 / 태화강에 빠졌네 / 문수산을 넘다가 / 발 병 나서 빠졌네 「해가 해가 빠졌네」전문 울산 태화강에 대한 서덕출의 사랑은 지대했다고 하겠다. 앞 의 동시는 “수양버들”이 새싹을 피우는 봄날, 태화강물에 비 친 봄 하늘의 푸르고 평화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다시 말해서 이 동시는 어느 이른 봄에 태화강가로 나들이를 나 온 시인이 푸르고 잔잔한 태화강에 대한 정서를 노래한 작 품으로 보인다. 뒤의 동시에서 시적 화자는 울산의 구체 장소인 “태화강”과 “문수산”을 작품 속에 끌어와, 일몰(日沒)의 풍경을 형상화 하고 있다. 해가 “문수산을 넘다가” 발병이 나서 “태화강에 빠졌네”는 우리 겨레의 고유한 정서를 통해 지역성을 드러 내고 있는 것이다. 비야 비야 궂은 비야 / 갈미봉에 오는 비야 / 제발덕분 오지 마 라 / 먼 길 가는 우리 누님 / 붉은 치마 얼룩지면 / 어머니께 꾸 중 듣고 / 눈물 지어 울어 싸 / 나의 마음 슬퍼진다 「궂은 비」전문 이 동시는 í��신소년��1925년 9월호에 ‘선외가작’으로 소개되 었던 작품이다. 여기서 시적 화자는 “갈미봉에 오는 비”를 원망하고 있다. 왜냐하면 그 비는 먼길 떠나는 “누님”의 치 마를 얼룩지게 하고, 그러면 어머니에게 꾸중을 들으며 눈 물 흘리는 누나의 모습 때문에 자신의 마음까지 슬퍼지기 때 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은 자신의 처지보다는 가족에 대한 측은지심에서 비롯된 것이라 하겠다. 한편, 서덕출은 창작 초기부터 지역어에 많은 관심을 가졌 던 것으로 여겨진다. ��어린이��1925년 7월호에 실린 「우리 시골 사투리」에서는 울산의 특정 지역어를 소개하고 있기 도 하다. 그의 작품은 작가 자신이 터 잡고 살던 지역의 자연 환경을 작품으로 형상화했다는 데 큰 의미를 둘 수 있다. 비 록 많은 작품 수는 아니지만, 구체적인 지명을 바탕으로 장 소감과 지역성을 보여주고 있다. 비록 구체 지명을 내세우 지 않았던 작품이라 할지라도, 그가 보고 듣고 느낀 자연과 사람은 모두가 ‘고향의 노래’였던 것이다. 서덕출은 나라와 지역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올곧게 보여주 고 있다. 특히 그의 동시는 농촌 현실뿐 아니라 광복을 염원 하는 나라 현실을 암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따라 서 그의 동시는 개인적 정서를 넘어 정감 넘치고 긍정적인 목소리로 민족정서를 노래하고 있다고 하겠다. 결국 서덕출 의 동시는 나라사랑과 지역사랑으로 이어져 궁핍한 현실인 식을 바탕에 둔 희망의 메시지라 하겠다. Ⅳ. 마무리 서덕출은 나라잃은시기의 설움과 장애의 아픔을 겪으면서 도 오로지 문학에 열정을 쏟았던 아동문학가이다. 그는 비 록 길지 않은 삶을 살았지만, 그의 작품은 시대를 넘나들며 오래도록 애송되고 있다. 다시 말해서 개인적 아픔과 시대 적 설움을 문학으로 승화시킨 그의 작가정신은 문학인들의 본보기가 되고도 남음이 있다. 부지런한 생활을 강조하는 내용으로 농촌의 구체 현실에서 느끼는 동심을 잘 보여주고 있다. 뒤의 시는 ��어린이��(1932. 5)에 게재된 작품으로 어린이들 의 노동 현장을 보여주고 있다. 봄날의 바쁜 농사철에 “들로 나가” “씨뿌리는 오빠”를 돕고, “부지런히 일을 배우자”고 노 래한다. 결국 이러한 작품에서 시적 화자는 어린이들로 하 여금 농촌의 구체 현실을 직시할 수 있도록 요구하고 있다. 한해 두해 닭의 울음 / 새벽 꿈 헤치면 / 농가(農家)의 소부(少 婦)들 / 들판으로 나가누나 // 자리방 죽창(竹窓)을 / 긁으며 우는 애기 / 오늘도 또 하루를 / 엄마 품 그리리 「농가소아(農家小兒)」전문 창(窓)밧게 봄비가 나리는날 / 조름이 눈에 가득찬 / 농가(農 家)의 안악네가 / 매는 옷자락은 / 군데군데 해여진 / 단벌 옷이라. // 해여진 그옷도 / 봄의한는 / 비오는날 아니면은 / 매기 어려워 / 고달푼몸 쉴새업시 / 조을며매네. 「농가(農家) 안악네」전문 ��학생����1929년 10월호)에 발표된 「농가소아」는 ‘소년시’의 유형에 든다. 작품 끝에는 ‘농가소아의 불행을 노래한 소곡’ 이며 농촌의 ‘정경(情景)을 전하였다’는 평을 덧붙여 놓았 다. 새벽 일찍 “농가의 소부(少婦)들”이 들판으로 일하러 나 가고 나면, 어린 아이는 “엄마 품”을 그리워하며 하루 종일 을 울며 보챈다는 내용이다. 「농가 안악네」또한 ��학생��(1930년 6월호)에 ‘서신월’로 발 표된 작품으로, “농가 아낙네”의 가난하고 고달픈 삶을 노래 하고 있다. 비가 내리는 날에 농사는 쉬지만, 바느질 같은 집 안일을 해야 한다. 아낙네가 꿰매는 옷은 여러 군데 해진 “단 벌옷”으로, 졸음이 쏟아지는 “고달픈 몸”이지만 쉬지 않고 일하는 생활상을 보여주고 있다. 이렇듯 그는 나라잃은시기의 삶 속에서 마주하는 구체현실, 특히 농촌 현실을 비판적 동심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그의 비판적 문학세계는 순수 동심을 넘어 , 우리 어린이 또는 소 년들에게 현실을 직시하고 시대정신을 일깨우고자 하는 노 력의 결과이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군들은 1930년대 초반 나라와 겨레에 대한 사랑을 담아내고 있는, 이른바 그의 관 심이 시대상황과 맞물려 있는 현실주의 동시의 특성을 보여 주고 있는 것이다. 아버지 어머니 세배바드오 / 지난해 한심은 저바리시고 / 깃 븜에서 이세배를 바더주시오 // 아버지 어머니 세배바드오 / 우리들은 또 한해를 자라왓스니 / 깃븜에서 이세배를 바더주 시오 「세배」가운데 펄덕펄덕 뛰어라 널을 뛰어라 / 뛰고뛰고 또 높이 뛰어 오르 면 / 밤 하늘에 별님이 머리 만질걸 「널 뛰는 노래」가운데 이 두 편의 시는 설날과 관련된 풍습과 놀이를 소재로 삼은 작품이다. 「세배」는 새해 첫날 “아버지 어머니”께 절을 올리 면서 자식으로서의 효심을 보여주고 있다. 「널 뛰는 노래」 는 설날에 널을 뛰는 모습을 정겹게 표현하고 있다. 특히 널 을 높이 뛰면 “밤하늘에 별님이 머리 만질 걸”이라는 비유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이렇듯 서덕출은 “세배”와 “널뛰기”로서 풍습과 놀이에 대 한 환기를 통해 겨레사랑을 보여주고 있다. 나아가 이들 작 품에서 나라잃은시기의 전통문화 계승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나라사랑의 마음까지 읽어낼 수 있다. 그렇게 그는 자신의 사랑을 나라잃은시기의 어린이들에게 전하고자 했 던 것이다. 다음으로, 서덕출은 지역에 대한 애정을 작품으로 승화시키 고 있다. 그의 향토애는 울산의 지역성으로 이어진다고 하 171 광복, 다시 찾은 빛_굳은 의지와 진실한 마음으로 만든 미래 17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