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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들머리 우리나라 아동 문학사를 들추다보면, 서덕출(徐德出, 1907-1940)이라는 작가를 자주 접하게 된다. 그는 질곡의 역사 속에서 참으로 불우하게 살다간 아동문학가로서, 나라 잃은시기의 시대적·육체적 고통을 겪으면서도 오로지 문학 창작에 열정을 쏟았던 사람이다. 따라서 개인의 아픔과 겨 레의 슬픔을 아동문학으로 승화시킨 그의 문학정신은 많은 본보기가 되고 있다. 서덕출은 서른네 해의 세상살이, 열다섯 해의 문학 활동 기 간 동안 「봄편지」를 비롯해 「눈꽃송이」, 「봉선화」, 「산 넘 어 저쪽」등의 주옥같은 동시를 많이 남겼다. 글쓴이가 조사 한 바에 따르면, 서덕출의 작품은 동시·동요 68편, 소년시 14편, 산문 18편과 기타 작품 12편을 비롯하여 모두 112편 에 달한다. 이 가운데 그의 동시 대부분은 노래로 만들어져 널리 애창되어 왔으며, 나라잃은시기를 살아가던 우리 겨레 에게 희망과 용기를 북돋아 주었다. 지금껏 서덕출의 삶과 문학에 대한 연구로는 이재철(1978), 유경환(1980), 김종경(1982), 변세화(1991), 김지은(1998), 안성길(2005), 신현득(2006, 2011), 정목일(2006), 남송우 (2006), 오인태(2006), 박종석(2008), 우덕상(2008), 유정탁 (2008), 윤주은(2009, 2011), 한정호(2011) 등을 찾을 수 있 다. 이들 연구 성과는 간략한 인상비평이나 작가・작품론에 머물러 있었다. 최근 들어 그에 대한 석사학위논문(최규리, 2014)이 처음으로 나왔다는 것은 그나마 반갑고 다행스런 일이다. 또한 서덕출의 삶과 문학을 갈무리하고, 문학담론의 장을 펼치는 기초작업이라 할 수 있는 í��서덕출 전집��(한정호, 2010), 서덕출 일대기를 그린 동화집 ��‘봄편지’의 천사 시인 서덕출님��(서수안나, 2010)이 발간되었다. 이를 통해 그에 대한 대중적 관심과 사랑, 학술적 접근이 많아지기를 기대 했던 것이다. 하지만 서덕출은 다른 아동문학가에 견주어 우리의 학문마당에서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실 정이다. 한편, 그의 고향 울산시에서는 여러 현양사업들을 추진해 왔다. 이를테면 2006년 10월 12일 울산 동요 사랑회에서 탄 생100주년을 맞아 ‘서덕출 합창제’를 개최했다. 울산신문사 에서는 그의 문학정신을 기리는 서덕출 문학상 제정과 백일 장을 개최해오고 있다. 2007년 울산작가회의는 서덕출 탄 생 100주기를 기려, 1952년 출간되었던 유고 동시집 ��봄편 지��를 복간했다. 2008년 울산MBC에서 ‘서덕출 창작 동요 제’를 개최했다. 그리고 2012년 10월에는 울산시 중구 복산 동에 서덕출 전시관, 동상과 「봄편지」시비 설립 등의 서덕 출 공원을 조성했다. 이는 어디까지나 지역문학사에 붙박힌 위상이요 평가일 수 있다. 앞으로 그에 대한 문학담론을 더 욱 활성화시키고, 본격적인 논의와 함께 연구의 지평을 넓 혀나가야 할 것이다. 올해는 서덕출이 유명을 달리한 지 75년, 광복 70돌을 맞는 뜻깊은 해이기도 하다. 이에 글쓴이는 나라사랑과 겨레사랑 의 측면에서 서덕출의 삶과 문학살이를 비롯해 동시 세계의 특성을 ���펴보고자 한다. Ⅱ. 서덕출의 삶과 문학살이 서덕출은 1906년 울산시 교동에서 아버지 서형식(徐炯植) 과 어머니 박향초(朴香初) 사이에서 장남으로 태어났다. 그 의 이름은 ‘덕출(德出)’로 부르고 있는데, 호적에는 ‘덕줄(德 茁)’로 되어 있고, 족보에는 ‘정출(正出)’로 이름을 올리고 있 다. 1912년 그의 가족은 울산 교동의 큰댁에서 학산동으로 분가했는데, 그 무렵 서덕출은 대청에서 놀다가 미끄러져 왼쪽 다리를 다쳐 장애자가 되고 말았다. 이로 말미암아 서덕출은 정규 학교에 다닐 수 없었다. 그래 서 어머니가 한글을 가르쳤고, 아버지는 공부할 책과 문예 165 광복, 다시 찾은 빛_굳은 의지와 진실한 마음으로 만든 미래 164 | 서덕출의 동시와 문학정신 한정호 경남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