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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체계보다는 분석적이고, 분석체계보다는 종합적이어 서, 이른바 절충체계의 성격을 띠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와 같이 평면적으로 또는 현실적으로, 『우리말본』은 연대적 인 문법학사적으로 보거나, 그 내용을 보아 다른 사람들의 것과 같은 중·등 문법책이 아니고, 하나의 학문적 연구저서 라고 하는데서, 우리나라 현대문법의 효시요, 국어학의 성 서임을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것이다. 국내 거의 모든 문법학의 체계는 이에 말미암은 것이요, 국 내외의 문법학자는 한국어에 관한 한『우리말본』을 참고하 지 않는 사람이 거의 없다시피 하다. 우리말의 사전도 비로 소 이 체계로 말미암아, 조직적으로 꾸며지고, 그 체계를 배움으로써, 내외국민은 능히 우리말의 구조와 그 운용의 이치를 깨치어서 우리 말·글을 법에 맞도록 쓰게 되었던 것이다. 『우리말본』이 나온 1937년 이래, 오늘날까지 아직 이를 앞 서 따를만한 연구가 나오지 않은 것은 국어학계의 부진이라 기보다, 『우리말본』이 그만큼 훌륭함을 증명하는 것이 아닌 가? 『우리말본』이 나온 1937년은 미국 근대 언어학의 원조 이며 세계 언어학의 성경이라고 하는 L. Bloomfield의 『언 어(Language)(1933)』가 나온 것보다 4년 뒤진 해이다. 그러 나 내용면에 있어서, L. Bloomfield의 『언어』는 기술구조 론의 일반적 방법론에 불과하나, 『우리말본』은, 기술구조론 적 방법론 위에 특정 언어의 구조를 분석 체계화 하였다는 데서, 『언어』에 추호도 뒤떨어짐이 없는 것이다. 『우리말 본』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중등조선말본』(1930년)을 계산 하면, 더더욱 그렇다고 볼 수 있다. 어떻든, 『우리말본』과 『언어』는 1930년 같은 시대에 나와서, 하나는 미국 언어학 의 시조요, 하나는 한국 언어학의 시조가 되는 것이다. 그리 하여 흔히는 외솔 최현배선생의『우리말본』을 L. Bloom- field의 『언어(Language)』에 서로 비교하기도 한다. 이와 같은 『우리말본』이 지닌 성격과 그 특징을 좀 더 자세 히 밝혀보면 『우리말본』은 1937년에 첫 펴냄이 나왔고, 1954년에 고친 펴냄이 나왔다. “한 겨레의 문화 창조의 활동은, 그 말로써 들어가며, 그 말 로서 하여가며, 그 말로써 남기나니: 이제 조선말은, 줄잡아 도 반만년 동안, 역사의 흐름에서, 조선 사람의 창조적 활동 의 말미암던 길이요, 연장이요, 또 그 성과의 축척의 끼침이 다. 그러므로 조선말의 말본을 닦아서 그 이치를 밝히며, 그 법칙을 들어내며 그 온전한 체계를 세우는 것은 앞사람의 기 친 업적을 받아 이음이 될 뿐 아니라, 나아가, 계계승승(繼 繼承承)할 뒷사람의 영원한 창조활동의 바른 길을 닦음이 되며, 찬란한 문화건설의 터전을 마련함이 되는 것이다. …” 이 글은 1935년 5월18일, 『우리말본』 원고를 끝내고 나서 쓴 머리말에서 살펴볼 수 있듯이, 『우리말본』의 연구 동기 는 겨레 문화의 창조요, 문화건설의 터전을 위한 것이었다. 외솔 선생의 모든 학문의 동기가 그러하듯, 『우리말본』을 쓴 까닭도 그 밑바탕은 겨레를 위한 민족주의에 입각한 것 이다. 『우리말본』에 쓰인 술어가 모두 순수한 우리말로 되 어 있음도 그러한 증거의 하나가 되는 것이다. 『우리말본』 은, 오늘날 실제로 쓰이는 입말[口語]과 글말[文語]의 본을 풀이한 것으로, 전편은 크게 셋으로 갈라져 있으니, 말소리 갈[音聲學], 씨갈[詞論], 월갈[文章論]이 그것이다. 『우리말본』의 문장론, 형태론, 음성학의 상호 유기적 변형 구조를 논하고만 있지 않고, 문장론이란 한 단위(unit)적인 것에 불과 하지만, 그것은 변형문법으로 들어가는 그 직전 과정에 서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우리말본』은 최신 언 어학이라고 말하는 변형구조론으로 넘어가기 직전에 밟아 야 하는 기술, 구조 언어학적 과정과 그 체계를 거의 완벽하 게 이루고 있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한국 어학사상에서, 세 종대왕이 조음음성학적 견지에서 훈민정음을 만들었다는 사실이요, 다른 하나는 오늘날 언어학에서 중요시되는 조음 음향음성학의 기틀과 구조문법의 확립이 이미 1930년대『우 리말본』에서 구체적으로 이루어 졌다는 사실이라고 한다. 이 모든 것이 1930년대 이미 이루어 졌음을 고려할 때, 『우 리말본』은 불후의 대작이요, 극어 문법학의 금자탑임을 아 무도 부정할 수가 없다. 을 되살려야 한다는 것이고 민족을 되살리는 기본방법은 우 리 말·글의 연구와 교육이라는 것이었다. 그 내용에 들어가면 외솔 선생의 나라사랑, 겨레사랑의 구 체적인 실현 방안에 관한 내용으로 크게 ① 민족적 질병의 진찰, ② 민족적 쇠약증의 원인, ③ 민족적 갱생의 원리, ④ 민족적 갱생의 노력으로 되어 있다. 그리하여 민족적 질병 10가지를 진단하고, 또 민족적 쇠약증의 원인을 10가지를 말하고 있다. 민족갱생의 원리에서는 쇠약증의 병증이 고질적인 것이 아 니라 치유할 수 있다는 서광과 희망을 5가지 제시해 민족갱 생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고취하라고 강조하였다. 한편, 민족적 갱생의 노력에서는 ① 신교육 정신, ② 계몽 운 동, 체육 장려, ③ 도덕의 경장, ④경제의 진흥, ⑤ 생활 방식 의 개선, ⑥ 민족 고유문화의 발양, ⑦ 여론, ⑧ 갱생 노력의 방식을 끝맺는 말로 마무리 하고 있다(박선영, 2000, 나라사 랑 100집). 그는 또『조선 민족 갱생의 도』 중간 머리말에서 나라 잃은 백성으로서 정복자의 압제 정치 아래에서 목숨을 살면서 공 부를 하자니 압박과 설움, 수치와 통분 속에서, 현재를 견디 며 장래를 근심하기에, 남모르는 마음의 고생은 끊일 날이 없었다. 살기는 무엇을 위하여 살며, 공부는 무엇을 위하여 하는 것인가? 라고... (나라사랑, 제10집 “나의 걸어온 학문 의 길”). 이 글에 담겨 있는 근본 사상과 정신은 첫째, 그것은 “조선 에 나서 조선을 사랑하며, 조선을 위하여 일할지어다”에서 볼 수 있는 범민족 범애국적 사상이다. 둘째. 그것은 ‘조선 생명’의 발동의 대 정도를 소신으로 하는 조선 생명사상이 다. 다시 말하면, 조직의 여하를 막론하고, 생명의 생기가 왕 성한 민족은 흥하고 생기가 미약한 민족은 망한다는 것이 다. 그리고 조선 민족의 갱생과 융성은 단순한 외적 세계의 수동적 변화에 기대할 것이 아니라, 차라리 외적 세계의 변 화에 대한 능동적 분투, 창조적 활동에 말미암을 것이라고 하였으니, 이는 조선 생명의 발동의 대정도적인 정신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사상은 20세기 초 조선 민족의 수 난기에 태어난 한 사람으로서, 정성과 견식을 다한 민족적 갱생의 근본 도로 생각한다는 것이며. 한낱 유심론으로서가 아니라 실천적 이상주의로 주장함을 특히 강조하고 있다. 셋 째, 그것은 민족 자각의 정신이다. 이 민족 자각의 정신은 이 글 전체에 흐르는 대동맥이다. “조선에 나서 조선을 사랑하며... 아무리 생각하여도 나는 조선 사람이다. 자기를 구하려거든 먼저 민족을 구하라. 세 계인이 되기 전에 먼저 조선인이 되라.” 이것은 민족 갱생의 근본이 민족정신의 자각에 있음을 보 인 것이다(김석득, 1973. 나라사랑 10집). 결국, 조선 민족 갱생의 도』의 근본 사상은 창조, 살음, 생기, 신념이다. 이 글은 당시 각계에 큰 충격과 감명 그리고 찬동을 받았다 고 한다. 그런데 민족의 정기를 드높이는 이 글이 ‘조선어학 회 사건’때에는 아이러니 하게도 함흥 감옥의 교양서로 들 어가기도 했는가 하면, 독립운동의 증거물이 되기도 하였다 는 것도 매우 아이러니 하다. Ⅲ. 나라 되찾는 길 1. 외솔선생과 우리말본 우리 국어학 사상에서 문법의 효시는 『국문정리』이고, 구체 적 문법의 기초를 둔 것은 『대한문전』이다. 그러나 독자적 인 연구와 근대 최초 문법의 확립은 1910년 주시경의 『국어 문법(國語文法)』부터이고, 현대문법의 확립은 1937년 외솔 최현배선생님의 『우리말본』에서 이루어 졌다고 본다. 『우리말본』은 그 체계에 있어서 국어학 사상 획기적, 현대 문법의 과학적 체계의 최초의 확립이라 할 수 있다. 내용을 설명하는 방법에 있어서도 주시경 선생의 설명법은 분석적 이었음에 대하여, 전혀 새로운 현대문법으로서 거의 완벽에 가까운 체계를 설립했던 것이다. 이 『우리말본』체계는 전기 155 광복, 다시 찾은 빛_굳은 의지와 진실한 마음으로 만든 미래 15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