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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의 운명은 산 구비에 둔치고 흰 무지개는 해를 꿰었다. 물과 나무가 서로 엉키어 산천은 무너지고 때는 경인년 유월이라 북소리 땅을 울리며 오더니 원수(怨讐)는 남침하고 큰 도적이 나라에 들어왔도다. 도성은 굳은 울타리가 없었고 지방은 지키고 막을 준비가 없었다. 많이 몰고 마구 진격해도 한번도 막지 못햇고 괴뢰 백만군이 나누어 대오를 이루니 산에 가득하고 들에 펼쳐지도다. 꾸짓고 또 꾸짖고 성내고 또 성냈다. 그 위력이 서리와 같고 우뢰와 같았다. 방화와 살인이 위주였고 재산약탈과 간음을 일삼았다. 압박 수개월에 학살은 더욱더 심하였고 슬프다. 민생은 도탄에 빠지고 어륙지탄을 어찌 면하리요. 오백면 이래 큰 난리를 만났으니 방방곡곡 부자가 이별하고 형제가 서로 울고 백수청산 과부가 통곡하도다. 이렇게 처참하고 마음 아픈자들이 이를 이르기를 6.25 변란이라 하였다. 상호아인즉 우리지방 면장 서승욱 외 본면 출신 순국지사 83명은 나라를 위해 충성을 다할 즈음 험난을 피하지 못하고 앉아서 적을 대하였지만 의리를 굽히지 않았고 마침내 순직하였다. 이 어찌 모든이의 가슴이 서늘하고 분개하지 않으랴. 또한 전몰장사의 위국단심이 일월과 같이 빛나고 싸움에 나아가 대적할 자 없이 몸이 먼저 전몰하였으니, 가히 이르기를 장사 돌아오지 못하고 찬 바람만 소슬하구나. 우리들은 그 충의와 의절이 명명구천에 점점 어둡게 잠기고 감추어져서 먼 훗날 세상 사람들이 추모하지 못하고 올바른 뜻을 알지 못할까 두려워함이니라. 이것이 동포에 대한 의리가 아닌가. 그러므로 돌을 세워 기록함은 후세 사람들로 하여금 큰 절의를 오래도록 우러러 사모하고 영원히 소멸치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감히 가로되 길하게 죽어 돌아감이여. 다시 어찌 또 구할 수 있으랴. 전쟁에 임하여 물러서지 않음은 감개하고 기가 막힌다. 나라를 위한 충혼이여! 그 이름 후대에 기리 남으리라. 이 비를 세우는 것은 후손에게 길이 길이 전하기 위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