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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6 - 쉬․어․가․는․페․이․지 경성감옥 담쟁이 서로 손잡고 올라가는 여름 요즘 아이들 밀랍인형 고문실에 멈춰서 재잘대지만 차디찬 시멘트 날바닥 거쳐 간 독립투사 그 얼마더냐 지금은 공부보다 나라 위해 일을 하라 아버지 말씀 따라 일본인 방적공장 들어가서 오백 명 종업원 일깨운 항일투쟁의 길 감옥을 안방처럼 드나들 때 고춧가루 코에 넣고 전기로 지져대며 살 태우던 천형(天刑)의 세월 잡혀서 죽는 한이 있더라도 너만 죽어라 동지를 팔아먹지 마라 결코 팔아먹지 마라 혼절 속에 들려오던 아버님 말씀 새기던 나날 광야의 육사도 그렇게 외롭게 죽어 갔으리 뼈 삭는 아픔 숯 검댕이 영혼 부여잡으면서도 그러나 결코 비굴치 않았으리라 먼데 불빛처럼 들려오는 첫 닭 우는 소리를 어찌 육사 혼자 들었으라. - 이윤옥 시집 『서간도에 들꽃피다』 中 「이육사 시신을 거두며 맹세한 독립의 불꽃 이병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