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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 ▶여성과 역사 “여성들은 그 어떤 인간 집단보다도 오랫동안 타인에 의해 ‘타자’로 규정되 었 다. 또한 그 어떤 집단보다도 오랫동안 자신의 역사에 대한 지식을 박탈당했 다.” 라는 러너(Gerda Lerner, 1998) 1) 의 언급에서 드러나듯이 역사학은 남성적 경 험에 집중하면서 인류의 절반을 이루는 여성을 철저하게 배제해왔다(정현백, 1996: 6). 전통적으로 역사는 ‘권력’, ‘정치’, ‘진보’ 등의 거대 담론의 지배를 받았고, 정 치 엘리트에 의해 독점되었으며, 남성에 의해 기록되었다. 이러한 거대 담론 중 심의 남성 정치엘리트의 역사는 여성을 ‘역사의 변경’, ‘역사의 주변’으로 몰아내 어 여성의 경험은 역사적 사유의 대상으로 간주되지 않았고, 역사의 무대인 역사 책에 거의 등장하지 못하였다(강선주, 2007). 그 결과 여성은 “역사가 없는 사람 들”(people without history) 2) 이 되었다. 현재 여성사 연구자들이 직면하게 되는 첫 번째 문제이자 가장 중대한 문제가 ‘사료의 부재’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뿐만 아니라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역사학자나 심지어 여성 역사가조차도 여성사가 총체적으로 무시되는 이러한 왜 곡에 대해 침묵해 왔다. 중학교 교과서에 등장하는 역사 속 여성인물을 분석한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 원(2007)에 따르면, 현재 중학교 교과서에 등장하는 역사 속 여성인물은 약 2% 에 불과하며, 여성인물 소개도 대부분 현모양처 등 고정화된 이미지나 전통적 성 역할에 국한되어 있다고 한다(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2007: 10). 이것은 현재 1) Gerda Lerne(1998), Why History Matters, 강정하역(2006), 왜여성사인가: 한역사가의치열한삶 과사상을들여다보며 , 푸른역사, p. 82. 2) 강세영 역(2004). 가부장제의 창조, 당대, p. 16.